이필호 서귀포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 이필호 서귀포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관행재배 탈피하고
감귤원 리모델링으로
고품질 감귤 생산해야

우리사회는 1990년대까지 양적 성장 위주로 발전해왔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경제적 인식의 전환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건축물의 경우 어느 정도 노후화되면 재건축 하거나 리모델링해 자산가치를 높이고 있지만, 감귤원은 여전히 70~80년대에 심은 나무 그대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당시에는 바람이 적은 평평한 땅에 감귤나무를 배게 심어 돌로 울타리를 쌓고 삼나무를 심어 감귤원을 조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감귤원이 그동안 제주 경제를 지탱하는 작목으로 성장했지만 이제 감귤을 비롯한 농업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가 FTA에 따른 농업선진국과의 무한경쟁이고, 다음은 기후변화와 고품질 감귤 생산이 어려운 감귤원 구조일 것이다. 감귤원 조성 당시 바람이 적은 평평한 땅은 대부분 토심이 깊고 물이 잘 빠지지 않아 토질이 떨어지는 곳으로, 배게 심은 나무는 작업이 불편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삼나무 울타리는 너무 높이 자라 햇빛을 가리고 찬 기류를 정체시켜 나무의 생육과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감귤원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감귤원 리모델링 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여러 감귤품종이 혼식되고 나무간격이 불규칙한 감귤원을 대상으로 열매 달리는 습성이 좋은 나무만 골라 토양피복 재배가 쉽도록 높은 이랑을 만들어 새로 옮겨 심는 사업이다. 쉽게 말해 평지에 복잡하게 심겨진 감귤나무를 모두 뽑아내고, 좋은 나무만 골라 물빠짐이 좋게 얕은 배수로를 만들고 나무 심을 곳은 넓게 북돋아 심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감귤나무는 옮겨 심으면 말라죽거나 자라는 기간이 길어 옮겨 심지 못하게 한다. 물론 과거 방식대로 하면 맞는 말이지만 이제는 현대화된 장비와 옮겨 심는 고도의 기술도 농업기술원에서 개발·보급하고 있어 옛말이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종전에는 인력에만 의존했지만 지금은 굴삭기로 최대한 뿌리가 상하지 않게 지름 2㎝의 잔가지까지 남겨 심기 때문에, 이식 후 2년이면 옮겨심기 전 생산량의 70%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시범사업 결과 몇몇 농가는 옮겨 심은 후 2년 만에 브랜드 감귤을 생산하는 등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감귤의 경쟁력은 수량도 크기도 아닌 맛이다. 맛좋은 과실을 생산하려면 관행 재배방법을 탈피하고, 감귤원 리모델링을 통한 고품질 생산기술 패키지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농업인들의 인식 리모델링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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