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국가 중요농업유산’ 제1·2호 지정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깃든 농업유산 두곳이 처음으로 정부에 의해 ‘국가 중요농업유산’ 제1·2호로 지정됐다.
전통 온돌 구들장 방식의 통수로를 가지고 있는 전남 완도의 ‘청산도 구들장 논’이 국가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됐고, 현무암으로 쌓아 만든 22,000여km에 달하는 제주도의 ‘흑룡만리(黑龍萬里) 돌담 밭’이 국가농업유산 제2호로 지정된 것.
‘국가 농어업유산’은 100년 이상의 전통성과 국제적·국가적·지역적 수준의 대표성이 있어야 하며, 경관이 수려하여 관광·휴양 등을 위한 상품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이번에 지정된 국가 중요농업유산은 올해부터 매년 5억원씩 3년간 15억원(국비 70%, 지방비 30%)의 예산이 보전·유지관리·전승을 위해 지원되며, 2월 중으로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 관리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 등재 신청을 할 예정이다.

▲ 한 줄로 된 외담(웨담)
▲ 두 줄로 쌓은 접담(겹담)
▲ 폭을 넓게 쌓은 잣벡담
▲ 밑은 작은 돌, 윗부분은 큰 돌로 쌓은 잡굽담
섬사람의 애환서린 만리(萬里) 돌담
제주 흑룡만리 ‘돌담 밭’

시커먼 화산석인 현무암으로 켜켜이 쌓은 제주 돌담은 이미 세계적인 명물이 되어 있다. 특히 ‘밭 돌담’은 바람이 많은[風多] 제주의 기후특성상 농작물 보호, 토양과 씨앗의 비산 방지, 우마(牛馬)들의 농경지 침입 방지와 소유지 구분을 위해 고려 고종 때부터 형성된 것이다.
이 시커먼 돌담을 모두 이으면 검은 용의 모습으로 구불구불 10만리까지 간다고 하여 ‘흑룡만리’라 부르기도 하는데,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 싸워온 제주 섬사람들의 애환 서린 개척정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농업유산이다.
제주 돌담밭은 제주 전역에 걸쳐 542ha 총길이 22108km로 축조형태에 따라 외담, 접담, 잣벡담, 잡굽담으로 불린다.

▲ 구들장 논으로 축조된 청산도의 계단식 다랑이 논.
자갈논에 생명줄 깐 선조의 지혜
전남 완도의 ‘청산도 구들장 논’

▲ 구들장 논 밑의 통수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천혜의 비경, 그리고 초분·유채꽃 돌담과 청보리밭·독살어법·청동기시대 고인돌 등 다양한 농어촌 유산자원을 품어 안고 있는 섬, 청산도. 그러나 먹거리를 장만하는 논과 밭은 말 그대로 바싹 마른 자갈논·밭.
이렇듯 물 빠짐이 심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음에 착안해 계단식 논 바닥 밑에 우리나라 전통 온돌 방식인 구들장을 통수로(通水路)로 설치, 물관리를 할 수 있게 한 관개 구조물이다. 이 배수통로는 이미 16~17세기 이 섬에 처음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이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 250~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특기할 만한 점 하나, 다른 지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구들장 논에서는 주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런 생태환경 속에서 3억년 전 고생대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며 멸종위기 2급 판정을 받은 ‘긴꼬리 투구새우’가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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