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인류문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우리 인류사회가 3개의 진화단계를 거쳤다고 얘기한다. 첫째가 원시적인 난교(亂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성교함) 단계, 두번째가 여성 중심의 모계(母系)사회 단계, 세번째가 오늘날과 같은 가부장제 단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천년 전의 모습 그대로 아직도 중국과 티베트, 몽골의 일부 고산족과 유목민족은 두번째 단계인 모계 중심의 가족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신화상의 여인천하도 있었다. 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 무사족(武士族) 아마조네스(Amazones)다. 이들 종족은 전투의 신인 아레스와 님프(nymphy)요정인 하르모니아의 자손으로 코카서스와 소아시아 지방에 살았던 여자들만의 부족이다. 호전적인 여전사 부족이었던 이들은 종족 번식을 위해 일정한 계절을 정하여 이웃나라 남자들의 씨를 받았는데, 태어난 아이가 사내아이면 이웃나라로 보내거나 죽였다. 그렇게 해서 얻은 여자아이들은 여전사를 만들기 위해 활쏘기가 편하도록 어릴 때 오른쪽 유방을 도려냈다. 영겁의 긴 세월이 흐른 뒤인 1500년 경에는 스페인의 핀슨 탐험대가 남아메리카를 탐험할 때 지금의 아마존강에서 이 전설의 여전사들을 만났다고 전해지는데, 이로 인해 강의 이름을 아마존강 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나라를 자신의 손 안에 넣고 쥐락펴락 하며 천하를 호령하던 여걸들이 있었다. 한(漢)고조 유방의 아내인 여후(呂后), 당(唐)나라 때의 측천무후, 청(淸)나라 때의 자희태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중 측천무후는 14세 어린나이에 일천한 황실 궁녀로 입궁해 황후의 자리에 오르고, 82세에 울화병으로 죽을 때까지 50여년간 정권을 장악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중국 역사상의 유일한 여황제였다.
우리나라 역사상에서는 고려 태조 왕건의 손녀로 제5대 경종의 비이자 제7대 목종의 생모로서 어린 목종의 뒷전에서 전권을 행사하며 ‘천추태후(千秋太后)’로 불렸던 헌애왕후(獻哀王后)를 여걸로 꼽기도 하지만, 사련(邪戀)에 눈멀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음탕한 여인이라는 등의 실록상의 기록도 있어 평가가 분분하다.
현대에 들어서서는 서서히 여성의 리더십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지구촌은 이제 바야흐로 여인천하로 흘러가는 듯이 보인다. ‘철(鐵)의 여제(女帝)’로 불린 영국의 마거릿 대처 이후, 아르헨티나, 브라질, 코스타리카, 코스보의 대통령이 여성이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을 비롯하여 태국, 호주, 아이슬란드, 자메이카의 총리가 모두 여성으로 이들 모두 흔들림 없이 국가통수권자의 위치에 굳건히 서 있다.
…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그 첫 여성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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