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용 농촌진흥청 차장

정 광 용
농촌진흥청 차장

네덜란드 종자·종묘 기업은
매출액의 약 15% 정도를
R&D에 투자

인구증가, 기상이변 등으로 안정적인 식량수급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면서 우수한 종자 자원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는 말처럼 종자·종묘 산업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세계 원예 및 작물 종자·종묘 유통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010년 기준으로 세계 종자·종묘 유통량 중 채소의 35%, 화훼의 43% 및 씨감자의 60%가 네덜란드의 종자·종묘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네덜란드 종자·종묘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종자·종묘 산업은 고도의 지식과 기술 집약의 결정체로,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데, 네덜란드의 종자·종묘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그 핵심 배경에는 R&D에 대한 높은 인식과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네덜란드 종자·종묘 기업은 매출액의 약 15% 정도를 R&D에 투자하는데, 이는 세계 상위 1,000대 기업의 R&D 투자 비율인 4.7%, EU 종자산업 평균인 12.5%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네덜란드는 종자·종묘 R&D 투자액 중 85%는 새로운 품종 개발에, 나머지 15%는 육종기술개발에 지출한다. 네덜란드의 종자·종묘 산업은 국내보다는 세계를 겨냥한 수출을 지향한다. 채소와 작물 종자회사의 총매출액 중 65~70%가 수출을 통해 얻어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시장보다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기업의 R&D 투자 비율이 높기 때문에, 높은 R&D 투자는 국제적 마케팅이 매우 활발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종자·종묘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 단계에서 분야 간 또는 이해당사자 간 협력이 활발하고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종자·종묘회사들은 재배자, 판매조직, 가공회사, 소매업자와 긴밀히 협력한다. 특히, 민간종묘회사와 와게닝겐 대학이 공동 협력하여 품종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여 개발한 토마토 품종이나 민간 종묘회사들이 만든‘Keygene' 이라는 회사는 좋은 R&D 협력사례이다. 지속적인 R&D 투자,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 민·관의 활발한 R&D 협력 체계에서 네덜란드 종자·종묘산업의 성공 원동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많은 신품종을 육성 보급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노력한 결과 신품종 육성에 필요한 유전자원을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961년 이후 현재까지 3,242 개 신품종을 육성하였고, 이중 67%인 2,166 품종은 2001년 이후에 육성된 품종들이다. 이는 최근에 신품종 육성 붐이 조성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매우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식량작물 육종기술은 국내외 학계에서 이미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축산, 채소, 과채류, 과수 등에서는 경쟁국가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금년부터 10년간 4,900억을 투자해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20개 동식물 신품종 육성을 목표로 국책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본 국책사업을 중심으로 정부와 민간 육종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산·학·연 연구팀이 세계 최고수준의 신품종을 육성함으로써 네덜란드를 능가하는 종자·종묘산업 강국으로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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