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지난 해처럼 ‘말떼[語群]’가 온 나라 안에 어지럽게 차고 넘친 때가 있었을까 싶다. 특히 2012년은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을 치른 해여서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건네는 덕담(德談)보다 서슴없는 막말, 거친말, 악담(惡談)이 국민들의 말귀에 말뚝질을 해댔다. 말은 더 짧아지고 격은 더 형편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깊고 깊은 그 알량한 속내를 잘 알수 없지만 정치는 말[言]이다. 선거 때마다 우리는 참으로 영양가 없는, 거저 얻어 먹을수록 허기만 지는 말의 성찬(盛饌)을 받아든다. 썩어가는 비린내 나는 생선의 가시같은 저속한 상말을 발라내며 우리 말의 다양성에 혀를 차기도 한다. 말에 대한 옛사람들의 고언(苦言)이 새삼스러워지기도 한다. -말로 온동네 다 겪는다, 말 많은 집은 장(醬)맛도 쓰다,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 말이나 않으면 중간은 간다, 침묵은 금(金)이다….
지난 대선 때,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시대적 과제해결 때문에 대통령에 출마했다는 야권의 A후보는 끈질긴 주위의 단일화 종용에도 짐짓 의연한 척하며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완주의지를 밝혔다간 막판에 가서야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한 뒤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도 했다. 진보진영의 한 후보는 온 국민들이 다 지켜보는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며 천박스러움의 진수를 보여줬고, 그들 진영에서는 자체 경선시 발견된 무더기 투표용지를 두고 “풀이 살아나서 붙었다”고 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며 국체(國體)를 부정한 의원, “제주 해군기지는 해적지기”란 이도 있었다. “닥치고…” “쫄지마…”로 대변되는 나꼼수의 진행자출신 K모 젊은 인사는 “하나님이 할 욕은 하라신다”며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상말들을 양민들의 머리에 쏟아부었다.
같은 정치판이라도 나라 안과 밖이 왜 이리도 그 표현의 격이 다른지. 왕위에 끝내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나의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고 했고, 새로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시진핑은 취임식에서 “책임은 태산과 같고 갈 길은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ABC방송 ‘바바라 월터스 쇼’에 출연, 차기 대선출마를 묻는 질문에 “모든 문은 열려 있다”고 답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당선 수락연설에서 “미국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 새해다. 이 해에는 부디 온 나라안이 따뜻한 덕담들로만 가득 차고 넘치는 행복한 나날들로 꾸려지길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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