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한 두 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선진국은 안정적이고,
영양가 있고
건강한 식품소비에
보다 초점을 둔 질적이고,
소비자 차원의 식량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의 기아 인구는 10억 명을 넘어 섰으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6을 초과한 상태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아와 빈곤 인구에 따른 만성적인 식량문제와 더불어 최근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불안정해지다 보니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식량안보는 만성적인 식량수입국으로 곡물소비량의 약 7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이다.
2000년대 후반 전 세계적 곡물가격 급등은 식량 수입국뿐만 아니라 식량 수출국에서도 안정적인 식량 확보는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지난해 기상이변과 가뭄으로 인한 국제 곡물가격의 또 한 번의 급등은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식량안보 대책이 절실하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곡물가격의 상승과 함께 석유 등 에너지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다 보니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식량위기와 에너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석유가격과 식량가격이 동시에 급등한 배경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 규제에 따라 석유가격이 상승하고 바이오에너지의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옥수수와 콩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하여 쌀과 밀 등 주식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옥수수와 콩 재배를 늘리다 보니 쌀과 밀의 공급이 줄고, 가격도 동반 상승하였다. 식량정책과 에너지정책이 부조화가 식량가격과 에너지가격의 동시 상승을 가져온 것이다. 식량위기와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지양하고 다양한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농업정책과 환경 및 에너지정책의 통합과 연계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식량안보는 1970년대 초 세계가 식량위기와 미국의 대 소련 밀 수출금지조치로 인한 식량무기화의 가능성을 경험한 후 1974년 세계식량회의에서 처음으로 논의되었다. 가장 일반적인 식량안보의 정의는 1996년 세계식량정상회의에서 정의된 것으로 인간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하고, 선호하는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을 언제나 물리적, 경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식량의 양적 확보에 초점을 맞추었던 1970년대 식량안보의 초점이 양적인 측면에서 질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첫째, 세계 및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식량의 안정적 접근에서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량 공급이라는 소비자가구 차원의 식량안보로 변화되었다. 둘째, 기아와 빈곤의 극복이라는 식량 공급위주의 관점에서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에 초점을 맞춘 질적 식량안보의 관점으로 변화되었다. 국제기구에서는 세계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 해결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선진국은 국가 차원의 양적인 식량안보 보다는 개별 소비자 혹은 가계단위에서의 안정적이고, 영양가 있고 건강한 식품소비에 보다 초점을 둔 질적이고, 소비자 차원의 식량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 수입국이라는 특성 때문에 양적인 식량안보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하지만 국가가 발전할수록 소비자 차원의 질적인 식량안보가 보다 중요해 지므로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정책도 개별 소비자의 건강과 영양을 고려하고, 저질 식품소비로 인한 비만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질적 차원의 식량안보 정책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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