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옥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이 금 옥
농촌진흥청 농촌자원과장

농작업재해 예방 위한
정책지원 뒷받침돼야

농촌마을이나 농가를 방문하다 보면 확실히 예전의 농촌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꽤 멋진 집들도 많고, 농가의 살림살이도 도시의 여느 가정 못지않게 꾸미고 살고 있는 모습이다. 농업·농촌이 이만큼 달라지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고민과 수고, 농업인의 피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 동안 농업 생산력과 농가소득 향상에 몰입하다보니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은 소홀히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어느 산업과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작업환경이다. 품목은 다양해지고 전문농업인이 늘어나 경작규모는 커지고 있으나 농기구나 농작업 보조구는 단순하고 열악하다. 그 어떤 산업보다도 기계화되기 어려운 농업에 있어서 농업인력에 대한 정책은 우선돼야 하고 투자도 집중돼야 한다.
요즘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신성장동력으로 농업을 선택하고 농업을 강조하고 있다. 먹거리 안전과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해 농업인의 소득안정과 살맛나는 삶의 터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구현하며 자국 농업인을 보호하고 있다.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할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는 방안 중 하나가 농업활동으로 인한 사고와 질병으로부터 농업인을 보호하는 일이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대부분 1930년대 산업화와 더불어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산업재해보상’을 포함한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농업·어업·임업 등도 다른 산업과 동등하게 취급하거나 오히려 이런 직종들의 보호에 더욱 열심이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에 산업재해보상제도가 도입됐으나 불행히도 농업인은 수혜대상에서 배제됐다.
농작업재해율은 광업·건설업만큼 높지만 제도적인 예방지원이나 보상정책이 거의 전무하다. 농작업 재해에 의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최소한 5조 이상은 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작업재해 예방을 위한 국가적인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안전한 농업활동, 건강한 농업인’의 중요성을 알리고 열악한 농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관련된 부처가 협력해 농업인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농업인들이 당당한 직업인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살맛나는 세상’은 국민 모두가 생명산업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고 이들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고, 쾌적하고 아름다운 농촌을 후세에 물려줄 때 비로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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