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 입니다.//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시인 윤동주(尹東柱, 1917~45)의 시 ‘별 헤는 밤’의 앞부분이다. 암울했던 일제 식민치하에서 가슴 속에 보듬고 있던 꿈은 별이었고, 그러나 그것은 아스라히 너무 먼곳에 있어 애잔한 그리움으로만 시인의 가슴 속에서 무수히 피어난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97)의 단편소설 ‘별’도 있다. 이 소설은 작가의 고향인 프로방스 지방의 목가적인 생활을 배경으로 별과 인간의 낭만적인 서정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내고 있다. 산 속의 목장에서 홀로 양떼를 치는 양치기 소년과 그가 그토록 연모하는 마음 속의 별인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 어느 날 양식을 싣고 목장에 나타난 스테파네트, 그리고 때아닌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 스테파네트는 목장에서 소년과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스테파네트에게 아름다운 별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테파네트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다. 밤 하늘의 숱한 별들 중에서 가장 가냘프고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내게 기대어 쉬고 있다’며 소년은 하얗게 밤을 지샌다.
중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 수록돼 있었던 이 작품을 몇번씩 읽어가며 작품 속 주인공 양치기소년의 지고지순한 첫사랑, 그 지란지교(芝蘭之交)를 얼마나 꿈꾸었던지…. 한 여름밤 고향집 울 안으로 무수히 쏟아져내리는 별들과 별자리, 물고기 은비늘 같은 은하수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윤동주의 ‘별헤는 밤’을 거듭거듭 읊조리다간 스르르 잠이 들곤 했다. 알퐁스 도데의 ‘별’속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우리가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개수는 남·북반구 하늘에서 약 6000개 정도이고, 우주공간 속에는 약 1500억개×1000억개(우주 속 은하계 수)의 별이 있다고 천문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오는 12월14일 밤에는 우리나라 남동쪽 하늘에서 시간당 최대 120개의 별똥별이 비처럼 쏟아지는 ‘우주 유성우(流星雨)쇼’가 펼쳐진다는 소식이다. 그 별난 장관은 고사하고라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고단한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밤하늘의 별과 눈을 한번 맞추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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