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처 차장

 

권 오 승 차장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처

‘유동성’이란 기업·금융기관 등 경제주체가 갖고 있는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재산 중에는 현금이 가장 유동성이 높다. 당좌예금·보통예금처럼 언제든지 현금으로 빼 쓸 수 있는 예금도 유동성이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건물이나 토지같은 부동산은 당장에 현금화할 수 없어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다.
유동성 위기는 농가에 더욱 심각하다. 농가자산은 대부분 토지이기 때문에 현금화가 쉽지 않은데다 농산물은 생산기간이 길고, 농산물 가격탄력성이 낮아 농가소득이 늘 불안한 구조에 놓여 있게 된다. 또한 생산수단인 농지가 처분되면 생산기반을 잃게 돼 회생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없어지는 문제가 있다. 기업은 부도에 처해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생산수단은 계속 활용할 수 있어 회생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부채 농가들이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많이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경영회생 의지와 가능성이 있으나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에 닥친 농가들이 소유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팔아 그 매매대금으로 부채를 청산하고, 판 농지는 그 농가가 최장 10년간 임차해 계속 경작하다, 임차기간 내 여건이 회복되면 다시 농지를 살 수 있는 환매권이 보장된다. 2006년 제도가 도입된 이 사업은 2012년까지 4,800여 농가가 1조1천670억원의 농지를 매도해 부채를 청산하고, 경영위기를 모면한 후 경영회생을 진행하고 있다.
상환연기, 이자율 인하, 저리대체자금 지원 등 이전의 농가부채대책은 막대한 정부예산 부담, 농가간의 형평성,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있었지만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농가 자구노력이 수반된 정책으로 이러한 문제를 감소시킨 실효성 높은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개선 보완할 점이 있다면 경영회생지원농지매입사업은 환매를 전제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소득세를 감면할 필요가 있다. 환매를 포기하는 경우에는 감면했던 양도소득세를 추징하도록 하면 조세회피를 위해 이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납세의 형평성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1년말 농가부채는 약 30조억원으로 이는 농가당 2천603만5천원이다. 영농형태별로 보면 시설투자가 많은 축산이 농가당 8천957만원, 특용작물 6천896만9천원, 화훼 6천429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계부채가 국가적인 큰 위험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농가가 유동성 위기에 닥쳐 파산 농가가 많아진다면 그렇잖아도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 농업 현실에서 식량안보까지 위협받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농가가 일시적 경영위기를 이겨내고 경영을 정상화해 농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더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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