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 정치연합 부회장

오 경 자
21세기 여성 정치연합 부회장

"동지팥죽의
아름다운 전통을
상품화 시켜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새 달력이 달랑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마음만 급해지고 손에 일이 잘 잡히지 않는 게 이맘때의 심정이다. 한해를 잘 마무리 짓고 미쳐 못다 한 일은 치밀하게 챙겨봐야 실수가 없을 터인데 일손이 잡히지 않으니 이중으로 손해인 셈이다.
농촌이야 농한기에 접어드는 한가한 때라는 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그건 옛날 얘기이다. 농사에 철이 따로 없다시피 된 것이 요즈음의 농사일 아니던가? 시설 재배 등으로 사시 철이 사라진 농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대에 사는 농민들은 이렇게 한해가 저무는 연말이 되면 도시인 못지않게 바쁘다. 특히 여성들은 김장은 물론이고 한 해 수고로 지은 농산물들을 갈무리 하고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한 여름 보다는 한결 여유롭고 편안한 계절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여성들이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고 개척해서 작은 사장님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될까? 아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이라고 본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각종 수요자를 찾고 미리미리 예약 받아서 농촌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그 숫자를 늘려 나가면 작은 사장님이 되고 나아가서는 큰 사장님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정원의 나무 몇 그루에 감아주려는데 짚을 구할 수가 없다, 청국장을 좀 띄워 보려는데 짚을 구하기 어렵다, 메주 몇 덩이 매달려는데 묶을 짚이 없다, 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구하기 힘들어 아예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사업에 농촌여성들이 부업거리도 뛰어들 수 있다.
 미리 짚이 필요한 사람의 접수를 받고 그 양만큼을 확보해서 택배로 보내주면 어떨까? 농산물들은 더러 그렇게 하고 있지만 아직은 비조직적이다. 이런 것들을 조직화 하면 일반 농산물의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들을 직거래하게 되어 과다한 유통마진과 물류체계에서 오는 횡포로 부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보호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면 동지팥죽 장사를 한 번 시작해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팥죽 끓이는 일이 번거롭다고 동지까지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이 오늘의 도시인들이다. 도시의 부녀회와 연결해서 옹심과 팥죽을 보내고 부녀회는 동지팥죽 1일 장터를 열어 동지팥죽 전통의 명맥도  잇고 농촌여성의 부업도 개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동지는 쇠약해졌던 해의 기운이 점점 왕성해 지는 시발점이라 해서 옛날에는 새해의 시작으로 보아 신년 새해의 첫날이었다. 그래서 동지 차례를 지낸 풍습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동지가 났으니 한 설 더 먹었다는 덕담을 하지 않는가? 왕성해 지는 해의 기운을 빌어서 새로운 힘을 충전하고자 해의 빛깔을 닮은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먹고 붉은 색의 강한 힘으로 악귀를 쫓으려는 일념으로 팥죽을 집안 구석구석에 뿌리고 벽에 발랐던 것이다. 이제 그런 미신적인 생각이야 털어버려야 하지만 우리의 고유풍속을 지키면서 즐기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에 찾아와서 팥죽도 끓여 먹고 지방 문화재도 찾아보는 문화적인 농촌체험 사업 같은 것을 고안하여 농촌여성들이 우리 전통문화 지킴이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지 누가 알랴.
한 장 남겨진 달력의 남은 날들을 후회 없이 채워가며 새 일도 설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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