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시인 김용택 씨

초교 2학년생의
때묻지 않은 무개념의 정직하고
진실한 얘기가 시가 되었다

김용택 시인은 전북 임실군 덕지면 장산리 섬진강변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했던 덕지초교의 교사가 되어 평생을 섬진강을 지키고 있다. 어머니와 어린 제자들이 섬진강을 보며 들려주는 감성의 얘기를 시로 엮어 ‘섬진강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를 만나 때묻지 않은 어린 제자와 함께 살아온 동심의 세계와 그가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소중한 얘기를 들어봤다.

책이없는 섬진강변 한촌에서 초교교사로 평생 살아
그는 임실읍에서 버스를 타고 40분거리에 있는 고향마을을 시인의 따사로운 감성을 가지고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을 소개하듯 섬세하게 설명했다.
“강길 옆 풀밭을 가다보면 엄청나게 큰 풀밭이 보입니다. 풀밭 옆엔 소나무가 자랍니다. 어른 허리춤까지 자란 풀밭을 아이들이 거닐면 머리통만 보이지요. 풀밭을 빠져 나가면 호수가 보입니다. 그리고 더 나가면 시냇물이 보이지요. 그곳이 내고향 장산마을 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덕지초등학교를 마치고 순창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모교인 덕지초교의 선생님이 되었다.
고향마을엔 35명의 주민이 살았다. 글을 아는 사람은 세 분 뿐이었다.
동네에는 책이 없었다. 인근 순창에 나가야 콧구멍만한 작은 책방이 있었다. 학교 친구집에 갔다가 책이 그득 담긴 책장을 보고 충격을 받고 놀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중·고교생때부터 영화감상에 몰두 인기영화 서적 펴내
중고교생때엔 주말이면 영화를 보며 지냈다고 한다.
돈이 없어 9시 첫영화 상영시간 20여분이 지나 극장 앞을 서성이면 극장종업원이 무료로 입장시켜 줘 늘 영화상영 20분 뒤 화면만을 보았단다.
영화감상에 흠뻑 빠져 지금도 영화를 즐긴다고…
영화는 시대를 담아내는 예술의 한 장르라며 영화얘기를 책으로 써 베스트셀러가 되어 인세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시인’이란 작품에 단역으로 잠시 출연도 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초교 제자로부터 시를 낚아내
김 시인은 덕지초교에 부임한 뒤 줄곧 2학년 학생만 26년간 가르쳤다.
5년 근무 뒤 1년 타지학교로 전출, 1년을 지난 뒤 덕지초교로 되돌아오기를 여섯차례, 36년 교사생활을 했다. 1년 전근은 근무법규에 따른 조치였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글을 모르는 어머니로부터 시를 배웠단다.
어머니는 장마끝에 햇볕이 들면 “날씨가 잘한다”며 자연의 섭리를 칭찬했다.
그리고 참나무 잎이 뒤집혀 휘날리거나 개미가 이사하는 광경을 보고 난 뒤엔 비가 온다고 했다.
어머니는 봄이 되어 소쩍새가 ‘소쩍, 소쩍’하며 우는 소리를 솟이 빈 소리인 ‘소통, 소통’이라고 들린다며 흉년이 들 것을 걱정했다. 또는 솟이 꽉찬다는 ‘소꽉, 소꽉’하는 소리로 들었다면 풍년을 기다렸다고…
자연과 긴밀히 교감한 어머니가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이라며 들려주는 얘기를 받아쓰면 훌륭한 ‘시’가 되었노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애호박을 잘게 썰어 바윗돌 위에 늘어놓은 것이 옆 단풍의 아름다운 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초교 2학년생의 때묻지 않은 무개념의 정직하고 진실한 아이들의 얘기를 담아 쓰면서 시(詩)를 뽑아냈다고 했다.

인문학과 공학이 융합하는 시대 폭넓은 독서를 해야
김 시인은 정조대왕이 ‘예술이 모든 것을 이긴다. 전쟁도 이긴다’고 했듯이 시를 읽거나 좋은 글을 읽어야 된다고 역설했다.
컴퓨터기기를 만들던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인문학과 공학을 융합하는 융합의 시대가 왔다며 폭넓은 독서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문학, 공학, 예술이 융합하면 환상의 새 세계가 열린다고 일렀다.
김 시인은 공부는 ‘생각을 정리해 주는 작업’이라고 풀이했다.
늘상 책을 많이 읽기를 권했다. 공부를 하면 삶이 바뀌고 운명을 바꾼다고 했다.
40세 전후 어머니들이 자신은 공부를 하지않고 자식들에게만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100세 시대에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녀들에게 수필을 많이 읽고 많이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시인은 언젠가 어느 자리에서 동국제강회장을 만났다. 동국제강은 회사직원을 필기시험으로 뽑지 않고 여섯차례 지루한 인터뷰 대담 끝에 인성과 인품을 파악한 뒤 뽑는다는 말을 듣고 감명이 컸다고 했다. 구글도 직원을 선발할 때 동국제강처럼 1년동안 취업대상자를 수시로 불러 여러차례 인터뷰를 한 뒤 뽑아쓴다고 했다. 회사사랑의 애착심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한 조치이다.
한국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장한나 양이 늦게 하버드대학에 진학, 철학을 공부한 것은 좋은 음악은 깊은 사색에서 우러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 시인은 저녁 8시 전후 일찍 잠자리에 든 뒤 새벽 2~3시 전후 일어나 일간신문 세가지를 본다. 신문을 읽으면 인류가 어디를 가는지, 세상사 무엇이 중요한지를 함께 읽게 된다며 특히 인터뷰기사, 사설, 시론(時論), 칼럼 등을 꼼꼼히 정독한다고 했다.

아들 딸에게 주 2~3회 편지와 시를 보내며 돌봐
김 시인은 “우리집 개도 내가 귀하게 여겨야 남도 귀하게 여긴다”면서 아내를 괴롭히지 않고 존중해야 자식들이 엄마를 섬긴다고 했다. 그는 자녀들도 이런 식으로 섬긴다며, 자식들도 섬겨야 공경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다 자란 아들, 딸에게 1주 2~3차례 편지와 함께 시를 적어 보낸다. 딸이 어느 날 자신이 보낸 편지와 시 몇편을 내보이면서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겪고 자식들 잘 키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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