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법 개정에 즈음하여

윤 병 두
본지 사장

 농촌진흥법 개정,
 농촌지도기능 축소 우려
 농업·농촌 아우르는
‘농촌지식정보사업’돼야
 작물보다 사람키우는
 농촌지도사업이 우선

농촌지도는 내겐 너무나 익숙하고 정겨운 말이다. 반평생 가까이 농촌지도에 몸담아 왔기에 더욱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제 농촌지도와 서서히 이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최근 지도기능이 환경변화에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농촌지도사업’ 명칭을 ‘농업과학기술보급사업’으로 변경하는 것을 포함한 농촌진흥법 개정이 시도되고 있다. 농촌진흥사업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하려는 취지엔 충분히 공감한다.

농업인의 공감대 형성 필요
농촌발전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자는데 반대할 이유야 없다. 개혁을 위해서는 익숙한 것과 결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아픔쯤은 감내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농촌진흥법’의 최종 수혜자인 농업인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농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농촌’을 ‘농업’으로 용어를 전환할 경우 그간 농업인의 정책서비스 만족도가 높았던 ‘농촌지도사업’의 축소 가능성이다. 기존의 ‘안’대로 개정될 경우 농업인들은 정부가 앞으로는 ‘농촌’과 관련된 지도사업은 빼고 ‘농업기술’만 보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뜩이나 지방 농촌지도기관의 입지가 좁아진 현실에서 그나마 농업인게게 환영받아왔던 농촌지도 기능이 위축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지도에서 ‘지도’란 단어가 권위주의적이라는 지적은 오래 전의 일이다. 농촌진흥청은 1997년 이후 ‘농촌지도소’를 ‘농업기술센터’로 개칭하고 지도조직을 지방으로 넘겨주었다. 그 결과 지도인력의 감소는 물론 지도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행정과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도사업 모델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면서 ‘익스텐션(Extension)’의 영어적 표현을 한국은 ‘지도사업; 일본은 ‘보급사업’, 자유중국은 추광(推廣)사업(옮겨서 널리 확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지도사업의 유형을 농업지도 (Agricultural Etension), 농촌지도(Rural Extension), 교육, 건강, 산업지도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농촌지도는 농촌발전을 위한 농업지식정보시스템(AKIS)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연구개발과 농촌지도 농업교육이란 3개 기능이 축을 이루어 상호협력과 조정을 통해 농업·농촌을 발전시켜 왔다.

선진국 지도범위 농촌으로 확대 추세
많은 국가가 농촌지도사업(Rural Extension Service)을 도입하여 식량생산과 소득증대는 물론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FAO에서도 한국의 지도사업을 성공한 모델로 평가 한 바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기도 했다.
농촌 속에는 농업이란 산업이 있고 농촌에는 다양한 계층이 더불어 살아간다. 이들이 우리의 주 고객이고 지도대상이다. 농촌지도는 농업과학기술만 보급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과 대학, 민간연구기관, 문헌, 인터넷 등에서 수집한 지식과 정보를 가공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농촌(지식정보)보급사업이 되어야 한다.
농진청은 그간 농업연구에만 치중하면서 농촌연구기능을 축소했다. 그 단적인 예가 농업인의 전반적 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설치됐던 ‘농촌생활연구소’의 폐지다. 지도 분야에서도 청소년, 인력육성, 생활개선 등 사업을 축소하고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도에 치중해 왔다.

농촌인적자원개발 최우선 과제
농촌진흥법 제 1조는 ‘농업·농촌발전을 도모하고 농촌지역 진흥과 국가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선진국도 지도사업의 범위를 농업에서 농촌으로 넓혀가는 추세이다. 그 예로 농촌에 위치한 비영농 영세기업도 지도대상에 포함하고 있고, 마케팅, 도시농업, 소농 소외계층, 농업법인 컨설팅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00년의 역사를 가졌음에도 시군 지도사업의 핵심은 청소년(4-H)과 농촌여성 등 사람 중심의 교육사업으로 가고 있다.
농촌진흥법 개정은 농촌지도기능의 확대를 목표로 개정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위축되었던 교육기능을 되살리고 후계인력, 농촌여성, 농촌노인, 귀농·귀촌, 소농중심 현장지원 등 사람 중심의 농촌지도사업이 활력화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