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연구관

 

최 용 연구관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농민들에게 농기계가 ‘효자’
맞춤형 농기계 개발로
농촌에 활력을…

랜드로버, 포드, 벤츠 등 자동차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들어봤음직한 이 유명한 자동차 회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농기계를 만들었거나 농기계회사로 시작해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농기계 산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1850년대 산업혁명과 함께 증기기관이 농업에 이용되면서부터다. 소와 말이 쟁기를 끌던 농작업을 대신한 트랙터의 탄생으로 농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던 작업이 수월해졌다. 이렇게 농기계는 농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줬다.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것이 농사일인 만큼 마늘·양파 수확에 비닐하우스도 손봐야 하는 일손이 절실한 때, 척척 일을 해내는 농기계야말로 농업인들에게 효자다. 무엇보다 농촌 인구의 감소와 인력의 고령화로 일손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 농기계 발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완전 기계화된 벼농사는 그나마 수월해졌지만,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현재 약 50% 수준으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지금의 기계화율을 이룬 것도 벼농사용 기계를 사용하는 경운, 방제 등의 높은 기계화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일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파종과 정식의 기계화율이 4%, 수확은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밭농사 기계화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우선 소농의 농기계 구매력이 취약하고, 산업체는 소량·다품목인 밭농사 농기계 생산에 소극적이라는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밭 필지규모가 작고 경지 정지율이 낮아 기계화 기반이 미흡하다.
우리 농업이 갖고 있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먼저 국내 농기계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정부는 2005년부터 밭농사용 농기계를 중심으로 임대사업을 추진하며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기계가 있으면 무엇하랴.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하고 기계화에 맞춘 재배법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재배양식과 작목이 다양해 종류별로 제약 없이 농기계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밭작물 기계화의 대중화를 대비해 재배법을 개발·보급해야 한다.
정부의 계속적인 R&D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밭농사용 농기계는 중소업체에서 주도적으로 생산되고 있어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연구 활동과 실용화 기계 개발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산업혁명이 제2의 물결이었다면 제3의 물결은 정보화사회 이후 미래 농기계가 펼쳐갈 세상이라고들 말한다. 농기계 산업을 국가적 수출전략 산업으로 인식하는 자세와 농업기계의 개발·보급, 이를 위한 연구 개발은 필수다.
농업에서 기계화가 되지 못한 작목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농촌인구와 고령화를 훌쩍 뛰어넘어 누구든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현장맞춤형 농기계의 개발로 우리 농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거듭나고, 희망이 돼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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