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한 기획조정과장

 

김욱한 기획조정과장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임금의 권농정신 본받아
쌀의 중요성 되새기고
품종·기술개발에 노력해야

 

임금이 살았던 창덕궁 안에 초가지붕 정자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창덕궁 후원 옥류천 주변 정원의 가장 안쪽에 있는 청의정이 바로 그곳이다. 인조 14년(1636)에 세워진 청의정은 임금이 청의정 앞쪽에 논을 만들어 벼를 심고, 수확 후에는 볏짚으로 정자의 지붕 이엉을 잇게 하여 궁궐에서 유일하게 초가지붕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24절기의 하나인 ‘곡우’를 전후해 해마다 권농 행사를 열어 농사의 소중함을 백성들에게 일깨워 주고, 백성의 먹을거리를 걱정한 임금의 어진 마음이 나타나 있다. 1909년 순종 임금의 모내기를 끝으로 일제 강점기에 자취를 감췄던 이 행사가 농촌진흥청과 문화재청에 의해 부활했다.
지난 26일 청의정에서 벼 수확 행사가 열렸다. 20㎡의 작은 논에 불과하지만 도심 속 고궁에서 수확한 벼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행사는 궁궐이라는 엄격한 공간에서 궁 밖 백성의 수고로움과 순박한 농심을 헤아리고자 했던 임금의 어진 마음을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또한 벼 재배 면적 감소와 태풍, 병충해 등의 피해로 쌀 자급률이 하락한 요즘 우리의 생명산업인 농업과 주곡인 쌀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쌀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식량주권의 상징이며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곡물 수출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쌀 문제는 수익성이나 시장성이 아닌 식량안보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임금의 어진 마음을 이어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주곡인 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수확이 가능한 벼 품종 개발과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 투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더불어 쌀의 기능 및 용도를 확장해 다양한 유형의 쌀 가공 산업화 기반을 확충하고, 또한 가공적성이나 기능성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고소득원으로써 쌀의 영역을 확대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청의정을 둘러싼 논에서 농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백성의 먹을거리를 걱정했던 임금을 본받아 다양한 품종 개발과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 개발로 농업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면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머지않아 눈앞에 펼쳐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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