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농업’ 주제 설치작품 선보인 미술가 임옥상 씨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 농사만큼 좋은 통로 없어

‘흙이 살아야 생명이 싹 터’, 도시농업 중요성 시사
 광화문 광장에 논 만들어 ‘생명의 소중함’ 표현하고파

서울 광화문 광장이 누렇게 익은 벼들로 황금물결을 이룬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고개를 숙인 벼 상자들로 가득하다. 벼 상자들 한가운데에는 반원 모양의 철제 틀 사이사이에 조롱박, 애호박, 수세미, 고구마 등도 매달려 있다. 도심 한 복판에 들여놓은 논이 낯설어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지나가는 이들에게 더없이 친숙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누가 이런 기막힌 발상을 낸 것일까? 그 주체가 궁금해진다. 광화문 광장에 논을 만들어 도시농업의 가능성을 대중들 앞에 펼쳐놓은 사람은 바로 미술가 임옥상씨(62)다. 지난달 26일 광화문 광장 그의 작품 앞에서 그를 만났다.

<미술가 임옥상씨는 “인간은 농작물을 기르는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

미술가 임옥상 씨는 지난 4월 세종문화회관의 극장 계단위에 넝쿨콩이며 고구마와 감자, 깻잎을 심고 광화문 광장에 논을 만들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광화문 광장의 벼들은 추수를 앞두고 있다. 땅과 흙으로 인간의 삶을 표현해왔던 그가 ‘도시농업의 전도사’로 발 벗고 나섰다.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 농업을 주제로 한 설치작품을 선보인 그는 “흙이 살고 땅이 살아나야 생명이 숨을 쉴 수 있다.”며, “서울의 중심에서부터 협동조합 정신에 의한 도시농업을 상징적으로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도시농업협동조합이야 말로 환경운동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가 ‘이제는 농사다’입니다. 도시농업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중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죠. 도시농업은 지금 우리 사회가 꼭 지향해야할 가치 있는 과제입니다. 예술적 행위로 그런 운동이 더 즐겁게 확산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광화문 설치작품을 ‘그로잉 아트’라고 했다. ‘완성을 향해 가는 예술’이라는 뜻이다. “강낭콩이 자라면 장차 사람 얼굴이 뚜렷해지고 더 자라면 사람마저 없어지고 강낭콩으로 뒤덮이게 되겠죠.” 중앙계단 앞에 설치한 ‘흙의 얼굴’은 강낭콩 잎이 제법 풍성해져 멀리서도 사람 얼굴임을 알아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도시농업에 관심이 갔다는 그는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고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는 데는 ‘농사’만큼 좋은 통로가 없다고 강조한다.
“도시농업이라는 화두도 중요하지만, 도시농업을 어떻게 현실화 시킬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과제입니다.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도시농업에 뜻이 있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흙과 도시’란 포럼을 결성해 지속적으로 도시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각인시키는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의 말처럼 오는 10월8일 도시농업의 활성화를 위해 ‘흙과 도시’란 포럼이 결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이 이뤄질 계획이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그는 “이제 시작한 도시농업 운동을 열심히 해 나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도심 속 남은 공간에 논을 조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더불어 “도시민들을 흙과 대면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며, “공동체가 부활하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연민으로 가득한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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