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오 경 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추석을 고향가기
힘 드는 날,
여성들이 부엌에서
어나지 못해서 지겨운 날,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생각과 실천의 재구성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

가을은 어김없이 문 앞에 서 있다. 태풍이 몰아쳐서 낙과의 시름이 깊지만 또 나무에서는 살아남은 과실들이 빙긋이 웃으며 몸집을 키우고 색깔을 입히며 농부들의 아린 가슴을 위로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보름쯤 지나면 온 나라는 추석 준비로 마음들이 들떠서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이다. 여전히 귀향 차표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하게 될 것이다. 경기가 어렵고 각박해진 인심이라 해도 아직 우리의 추석은 그래도 넉넉하다 할 수 있다. 우리에게 그 재미조차 없다면 정말 가을은 쓸쓸하고 처량한 계절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먹을 것이 풍부해진 오늘날에도 추석날은 송편을 찌고 갖은 음식을 준비하며 넉넉히 나누어 먹고 싶은 마음의 여유를 가진 것이 우리 민족이다. 그런데 이런 의식이 이제 마음뿐이고 행동은 영 딴판인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도시의 일상에 쫓겨 사는 가엾은 사람들이다. 송편은 으레 사다 쓰는 것이고 떡시루는 아예 자취를 감춘 집들이 많다.
미래사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기만이 갖고 있는 특성인데 이것이 차별화의 주역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처럼 오랜 전통, 그리고 그 전통이 고급문화에 속할 때의 그 자산 가치는 더욱 높은 것이다. 서양인들에게 부활절 대이동이 있기는 하나 우리의 것에 미치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추석을 고향가기 힘 드는 날, 여성들이 부엌에서 헤어나지 못해서 지겨운 날, 명절증후군으로 여인들이 시달리는 날,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생각과 실천의 재구성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차례가 갖는 의미와 추석음식이 담고 있는 의미 하나하나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전수하여 우리의 토착상품화 하는 일에 계획적으로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 우리 농촌의 추석 귀향물결이야말로 귀중한 기회요 자산이라는 재발견을 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부모님을 만나 뵙고 조상의 산소를 돌보고 어릴 적 뛰놀던 뒷동산에 오르고 모교 운동장에서 운동회를 하고 하는 등등의 여러 가지 일들이 즐겁고 뜻있는 일들인 줄은 알면서도 어딘지 뿌리를 내려가기 보다는 퇴색해져 가는듯한 기운을 느낄 때가 더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제 우리 농촌이 우리 전통문화를  전수할 수 있는 곳이 되는데 있어 추석은 계절적으로 더없이 좋고 풍성한 음식으로 마음이 넉넉할 수 있어 금상첨화라 할 만하다.
인근마을들을 아울러 문화 벨트를 만들고 역사와 전통, 고유의 풍습, 전설 등을 가르치는 추석 역사학교라도 만들어 보면 훨씬 의미 있는 추석이 되고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고향이 되지 않을까? 추석음식을 함께 만들어 보는 체험학습도 가족 간의 일체감을 경험하게 하고 여인들의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소외감으로부터의 탈피라는 새로운 치료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설거지도 나누어 체험해 봄으로써 가사일의 과부하도 덜어주고 그런 일의 성실한 봉사성도 실감하게 해서 가족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을 실천에서 배우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것이다.
친정에 먼저가나, 시댁에 먼저가나 하는 해묵은 갈등도 이제쯤은 각가정의 형편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 정도는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꼭 첨언 하고 싶다. 오랜 부계중심의 가족문화가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힘든 일이니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조금씩 바꾸어나가고 있는 현재의 속도를 조금만 빠르게 하면 될 일을 너무 성급하게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닌 듯하다.
가고 싶은 고향 기다리는 추석이 가족 모두의 것이 되는 올해 추석이 민족의 전통교육장이 되어 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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