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신림면 토담된장 정영애 대표

 

꽃 다루던 솜씨로 도전한 장류 사업

장류 사업의 기본은 청정수 얻기가 수월하고, 햇살을 오래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 원주시 신림면에서 장류 사업을 하고 있는 정영애(58) 씨가 장 사업을  염두에 두었을 때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고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7년 전 정영애 씨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이곳으로 이사 온 귀농인이다. 사실 정 대표는 한번 귀농에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남편 이원백 씨는 건축기사로 건설업을 하다가 힘겨운 일을 겪으며 공황장애가 왔다. 처음 정 씨는 처음에 남편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 게 지금도 미안하다.
“마음의 병도 병인 것을 모르고 꾀병이라 생각했지요.”
결국 정 씨는 남편의 건강 때문에 무작정 귀농을 선택해 경남 남해로 내려갔다. 1990년대 초의 일이다. 그전까지 정씨는 이미 서울에서 꽃꽂이 사범으로 명성을 쌓으며 잘 나가는 꽃꽂이선생이었지만 남편을 위해선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책 없었던 남해로의 귀농은 큰 태풍 한 번에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아열대식물로 무성했던 농장이 정말 걸레처럼 변해버렸죠.”
그렇게 빈털터리가 돼 다시 원주에 정착하기까지 남해에서의 경험이 쓰디 쓴 약이 되었다. 물론 장소 선정부터 신중해졌다. 수도권의 큰 소비 시장과 가까운 곳을 택했다. 남해의 질 좋은 멸치로 멸치액젓을 담가 친지들에게 공급했던 경험도 요즘하는 장류사업의 좋은 자산이 되었다.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
원주에 정착해 정 대표는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 다니며 천연염색과 규방공예 등도 배웠다. 장류의 포장디자인도 직접 솜씨를 발휘했다. 2006년에는 전통생활기술 공모전에 직접 포장 디자인한 함지박이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대상도 수상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우리 어머니들은 장 담그는 날이면 손 없는 날을 택해 부정이 타지 않도록 금실을 두르고 정성을 다해 빚었습니다, 토담 된장은 우리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장맛을 지켜가고 있지요.”
꽃을 다듬던 손으로 정 대표는 고추를 다듬고 장을 담근다. 정 대표의 손맛이 들어간 전통된장, 3년 동안 숙성된 매실원액과 청국장가루로 담은 개량고추장, 남해산 봄 멸치와 천일염을 재료로 한 멸치액젓이 정 대표의 주력 상품이다. 깊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어간장도 요즘 양념으로 인기가 좋다. 정 대표는 가격보다는 품질을 따지는 소비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장맛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콩을 고르고 천일염으로 간을 하고 햇살과 바람이 좋아야 하지요.”
정 대표의 꿈은 오로지 장맛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가족 건강을 위해 기꺼이 좋은 먹거리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정 대표의 예상대로 지난해는 토담된장을 찾은 체험객만 연인원 1만명을 기록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하는 방문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요즘 정 대표는 이곳을 찾는 체험객과 방문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은 직장에 다니지만 맏딸 호수(25)씨가 엄마 일을 거들겠다는 약속도 받아놓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최연소 꽃꽂이 사범으로 매스컴을 장식할 만큼 재주가 많은 딸이란다.
어머니의 장맛이 있고, 편안한 휴식이 있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제 그녀의 또 다른 목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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