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법규위원장

오 경 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법규위원장

이제 나라가, 사회가 나서서
노인들의 문제 중에서
특히 홀로 사는 노인들의 문제를
사회 공동책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유례없이 계속된 폭염으로 노인들의 사망률이 높다. 직접적으로 더위가 사망원인이 되는 숫자가 현저히 높은 통계치를 보인 것이 올 여름의 우리 현실이다. 예로부터 극서와 극한을 이기지 못해 여름과 겨울을 지나고 나서 노인들이 많이 세상을 뜨는 자연스런 현상이 있었고 더위와 추위의 정점에서 많은 노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목숨 줄을 놓기도 해 왔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그런 자연현상으로만 치부하기에 너무 배경이 다르다.
예전에는 잘하나 못하나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보살핌을 받았다. 효 불효의 차이야 있겠지만 기본적인 돌봄은 가족들로부터 받아 왔기에 노인의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지 않았고 국가가 직접 나서서 돌보는 일이 요구되지 않고서도 잘 살아왔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은 너무도 참혹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형편이다.
핵가족으로의 가족형태 변화가 급속히 가속화 되더니 이제는 아예 나홀로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전혀 자신을 자기 혼자서 책임지고 살기 힘든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책이 없어 홀로 살 수밖에 없는 경우의 홀로 노인들의 문제는 사회가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다.
자식이 없거나 자신을 건사할 여러 가지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노인의 홀로 살기는 방치에 가깝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상황이다. 이 부분은 사회가 복지의 차원에서 해결해야지 노인 한 사람의 개인 문제로 보는 안이한 대처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런 노인들이 도시보다 농촌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농촌문제와 함께 해결하는 종합적인 복지정책의 수립으로 시급하고 과감하게 중요정책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의 경우는 도시에 비해 이런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좀더 장점을 갖고 있는 면도 있다. 예를 들어보면 농촌에는 마을회관이라는 곳이 마련되어 있고 이미 농촌 주민들 사이에 계절에 따라서는 마을 전체가 거의 함께 머무르는 공동주거 형태를 띠고 있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다면 이런 점을 잘 활용해서 마을 회관을 넓히고 아예 복지차원에서 설계를 해 가지고 홀로 노인들을 집단으로 거주하게 하면서 마을 전체가 공동으로 보살피고 그에 따른 지원을 충분히 하는 복지정책을 수립해서 마을 전체가 사회복지 시설처럼 되는 경우도 잘 생각해 봄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노인 돌봄의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라는 행운이 뒤따라올 수도 있다.
소외될 수밖에 없는 노인들을 시범적으로 돌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을 위해 예를 들어 본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나라가, 사회가 나서서 노인들의 문제 중에서 특히 홀로 사는 노인들의 문제를 개인차원이 아닌 사회 공동책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결할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임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농촌 마을회관을 지금의 수준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접근하여 농촌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산이 있어야지 무조건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질책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식의 구태의연한 마을회관을 고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탁상공론이고 안일한 대처이다. 어린이와 노인, 여성과 남성, 장애인을 아우르는 복합사회복지 공간으로 거듭나는 마을회관을 누가 먼저 짓느냐가 성공하는 지자체의 순위를 정하는 우선순위의 평가항목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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