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한국농촌발전연구원 원장

정 기 환
한국농촌발전연구원 원장

"정보사회에서는
규모가 작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생산된
고품질의 농산물이
품질 경쟁력을 얻게 된다."

우리 농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로 큰 시련을 겪었다. 급격한 이농으로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났고 노령화된 농촌 지역사회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활력을 상실해 갔다. 어렵게 농촌경제를 지탱해 오던 농업도 WTO 체제의 심화와 FTA의 확대로 농산물 시장을 값싼 외국 농산물에 내 주고 아사직전이라고 아우성이다. 농촌은 해체되고 농업은 고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산업사회화는 도시에 거대한 공장과 산업시설을 설치하면서 많은 노동력을 흡수해 갔다. 농촌의 인력뿐만 아니라 경제력과 정보가 모두 도시에 집중되었다. 규격화된 대규모 공장제 생산 양식에 따라 값싼 상품이 대량적으로 생산되고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도 획일화 되었다. 획일화된 사고체계는 너도 가면 나도 가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식으로 농촌 주민들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다. 이렇듯 산업사회화 과정에서 농촌 지역사회는 우수한 인력과 경제력과 희망을 모두 대도시에 빼앗겨 버렸다. 
정보사회가 되면 이러한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산업사회의 특징은 정 반대로 나타나게 된다. 산업사회의 가장 중요한 속성인 집중화는 정보사회 속에서 분산화로 나타나 대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축소되고 농촌의 소도시가 발전하게 된다. 정보사회가 추구하는 분산화와 분권화로 인해 대도시가 누려 왔던 정보와 경제력과 정치적 기회가 농촌의 소도시에 분산되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도 미국에 거주하는 상인과 농산물 무역을 할 수 있고 런던 앨버트홀의 음악공연을 즐길 수 있다.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이농의 축소와 지방 소도시에 인구와 산업시설이 집중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을 말해 준다. 지금은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점차 우리 농촌의 읍과 면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 증가에 따른 공간구조가 개편되면서 농촌 지역사회는 다시 활력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산업사회가 추구해 왔던 표준화와 획일화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다양화와 개성화로 나타나게 된다. 산업사회가 추구해 왔던 전문화에 의한 소품목 대량 생산체제는 정보사회 속에서는 다양화된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서 다품목 소량 생산체제로 바뀌게 된다. 개성을 중시하는 정보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살린 상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의 속성인 전문화와 표준화의 가치 속에서는 대량 생산체제에서 생산된 상품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지만 정보사회에서는 개성있는 고품격 상품이 품질 경쟁에서 유리하게 된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정보사회에서는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와 같이 대규모 생산 체제에서 생산된 값싼 농산물보다는 규모가 작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생산된 고품질의 농산물이 지역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면서 품질 경쟁력을 얻게 된다.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로컬 푸드 시스템이 그것을 말해 준다.
산업사회에서 잃어가던 농업 경쟁력은 정보화 사회 속에서 작은 지역사회의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고품질 농산물이 되어 다시 경쟁력을 찾게 되고 산업사회 속에서 공동화되던 농촌 지역사회는 건강한 자연과 작은 지역사회를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찾아와 정착하면서 다시 활력을 찾게 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 농촌사회가 정보화 사회 속에서 다시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생활개선 회원들의 역할과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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