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햄프셔대학 종교학 교수 혜민스님

 

세상이 괴롭다면 쉬어간 뒤 기도하기를…
미운사람 용서하고 응원하는 사람 마음에 담아야
화·괴로움·분노·짜증 짓누르지 말고 마음으로 삭여야

 

스님하면 장삼을 갖춰입은 근엄한 모습 또는 묵언수행으로 산사(山寺)에 머물며 세상과 등진 모습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혜민스님은 가장 소란한 컴퓨터상의 온라인공간에서 뭇 대중의 마음속 고민을 어루만져 주는 소통의 작업을 펼치고 있다.
특별한 삶을 사는 혜민스님이 고민하는 대중과 나눈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미국 메사추세츠의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현재 여름방학을 틈타 귀국해 독자와 만나 간담 강연중에 있다.
기자는 강연청강을 통해 그가 들려주는 삶에 지친 대중의 고민 해소방법과 지친 삶을 일으켜 세워주는 귀한 메시지를 간추려 정리해 보았다.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된 대화
혜민스님은 대중과의 트위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영어를 사용하다 생긴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강의가 끝나고 텅빈 연구실에서 있다보면 향수병에 걸린 것처럼 모국의 언어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트위터에 기록을 했고 모국의 언어로 대화해 주는 사람들과의 소통속에서 오히려 내가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는 온라인상의 대화를 통해 대중보다 오히려 그 자신이 위안을 받으면서 글을 나누게 되었노라고 했다. 이같은 소통작업 중에 그는 우리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맑은 글, 따뜻한 글들을 올려 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말을 걸어온 대중들 덕분에 투잡(Two Job)을 뛰는 분,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는 학생, 취업에 자꾸 미끄러져 슬프다는 청년실업자의 아픔을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위로의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은 위로의 말을 들려줬다.

혼자 떠나보라
혜민스님은, 나 자신이 괴롭다고 생각해 쉬면 세상도 쉰다고 했다.
“힘이 들면 한숨 쉬었다 가십시오, 사람들에게 치여 상처받고 눈물이 날 때,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냥 쉬었다 가 주시기 바랍니다.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친구를 만나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 서럽고 안타까웠던 이야기를 조근조근 다해 버리세요.”
그래도 안되면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가도 좋고, 땅끝마을 아름다운 미황사를 가도 좋고, 평소에 가고 싶었는데 못가봤던 곳, 그런 곳에 혼자 떠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일렀다.
혜민스님은 그런 시간들을 보낸 다음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라고 타일렀다.

용서해야 산다
혜민스님은 남들과 불편한 관계가 조성되어 괴로울 때는 괴로움을 준 사람을 용서해 줘야 한다고 했다.
“나를 배신하고 떠난 사람, 돈을 떼어 먹고 도망간 사람,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한 사람을 용서해 줘야 합니다. 나를 위해서, 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정말로 철저하게 나를 위해서 용서해 줘야 합니다.”
절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자꾸 억울한 마음이 들겠지만 용서하고 잊겠다고 다짐하다 보면 잊게 된다며 용서로 자신의 고민을 풀기를 권유했다. 용서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미움의 끈을 놓게 된다고 했다. 이때 세상이 떠나갈 것 같은 통곡을 한번 하고 나면 미움이 사라진다고도 했다.
“미운 사람을 용서해 주고 난 뒤에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 나를 응원하는 친구만 마음에 넣어 두십시오. 싫어하는 사람 넣어두고 다니면 마음의 병만 얻습니다.”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혜민스님은 인생을 어렵게 살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는 죽기 전에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들, 경험해 보고 싶은 일들,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을 쭉 적어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이것저것 너무 고민하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일렀다. 혜민스님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이렇게 알려줬다.
“머리로 그려낸 계획 그대로 하면 일이 될 것 같았는데 그 계획을 현실에 적용하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바로 현실은 내 머리가 예상하는 상황보다 더 촘촘한 그물망 같은 여러 원인과 조건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대로 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세상살이 그 고민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넓게 갖고 편한 마음으로 사셔야 합니다. 인생, 너무 어렵게 생각을 말고 살아가야 합니다.”

화나는 마음과 친해져야
혜민스님은 하루하루 분투하는 자세로 열심히 살다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불화가 생겨 마음속에 화 즉 분노와 짜증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다.
삶속에 스며든 화, 괴로움, 분노, 짜증 어떻게 하면 좋을지 화나는 마음 다스리는 방법을 혜민스님은 이렇게 일러줬다.
“화와 짜증을 짓누르려고 들면 마치 진흙이 섞인 흙탕물을 흔드는 것과 같아서 화가 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그냥 잠자코 참아야 합니다. 짓누르면 화가 오히려 올라갑니다. 누르려 하지 말고 손을 내려놓듯 떼어내야 합니다. 화를 마음으로 삭이다 보면 화를 진정으로 삭일 지혜가 떠오릅니다. 화를 분출하려 하지 말고 조용히 삭이고 다스려야 화가 물러갑니다.”

삶의 열정이 식는 것은 두렵다
혜민스님은 사람이 일을 벌이면서 품게 되는 열정과 그 열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해줬다.
“무슨 일이든 처음 일을 맡게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일을 잘 해보려는 생각으로 강한 열정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일을 잘 해야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일이 잘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내가 열심히 하는 맛에만 빠져들거나 누군가에 피해를 주면서 도덕적인 문제를 무시하며 내가 열심히 하는 맛에만 빠져든다면 그 일은 목표한대로 잘 되질 않습니다. 끓어오르는 내 열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타인과 조화롭고 평화롭게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해야 내 열정을 타인에게 전이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혜민스님은 나이드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삶의 열정이 식는 것은 두려운 일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려한 외모에 막힘 없는 감동적인 열강(熱講)에 심취한 수강생들은 자리를 뜨는 혜민스님에게 오랫동안 힘찬 박수를 보냈다.     

혜민스님는
승려이자 미국 대학교수라는 특별인생을 사는 혜민스님은 하버드대학에서 비교종교학석사, 프린스턴대학에서 종교학 박사를 받았으며, 현재 햄프셔대학에서 종교학교수로 재직중이다. ‘혼자서 도를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온라인에 글을 쓴 것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명실공히 ‘영혼의 멘토’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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