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광신(狂信)은, 어떤 특정 종교나 미신 또는 주의·사상 등을 미칠 정도로 믿는 것을 말하며, 그런 사람을 광신도(狂信徒)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사교(邪敎)집단의 혹세무민(惑世誣民)한 일탈된 신앙활동을 싸잡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은 한없이 유약(柔弱)한 존재여서 세상살이가 힘들어질수록 종교에 귀의, 그 절대자를 통해 자기구원의 힘을 얻으려 한다. 이러한 인간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영생(永生)’과 ‘복락(福樂)’이라는 미명하(美名下)에 무지스러운 인간들을 맹목적인 ‘광신의 노예’로 만들어 사복(私腹)을 채우는 것이 사교집단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희대의 교도살인극을 자행해 1930년대에 조선반도를 경악케 했던 사교집단으로 백백교(白白敎)라는 신흥종교가 있었다. 백백교는 일제때인 1923년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 칭한 교주 전용해(全龍海)가 경기도 가평군 북면에서 유·불·선(儒佛仙) 3교를 합한 것과 <정감록>의 예언을 교리로 내세우고 창시, 무지한 신도들을 그러모아 10여간 함경도·강원도·황해도·평안도·충청도 등지에서 교세를 떨치다 신도 314명을 살해 암매장 혹은 생매장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당국에 의해 일망타진 됐다.
교주 전용해는 교도들의 재산을 갈취하고 ‘신의 행사’라는 이름으로 수십명의 부녀자를 능욕했을 뿐만 아니라 교단의 악행과 비밀 유지를 위해 수백명의 교도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살해 또는 산 채로 암매장 했다. 이같은 사실이 폭로되고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전용해는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입 주변이 산짐승에게 뜯어먹힌 사체로 발견됐다. 그의 머리는 연구 필요성, 경계의 이유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알콜병에 담가 70여년 간 보존처리 하기도 했다.
그뒤에도 영생교·오대양 사건 등 사교집단의 비뚤어진 만행이 독버섯처럼 피어나 세상사람들을 전율케 하기도 했다.
요즘 서양, 그것도 헐리우드에서 이름도 희한한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라는 신흥종교에 톰 크루즈, 존 트라볼타, 더스틴 호프만, 제니퍼 로페즈, 윌 스미스 등의 세계적 스타들이 빠져 있다 하여 화제가 분분하다. 이 종교는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테탄(Thetan)’이라는 과학적 개념의 이데올로기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교집단식의 광신적 논리야말로 이땅에서 ‘뜨거운 감자’로 대두돼 있는 ‘종북(從北)’주의자들의 망령된 논리와 무엇이 다를까. 자신의 몸이, 영혼이 병들어 있는데 무엇으로 남의 영혼을 구제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