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 책 펴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의 존재와 번영은 자유민주국가라는데서 비롯
국가와 사회의 안정은 국민이 지킬 것을 지켜나가야
민주질서 유지에는 권위가 필요…권위남용은 민주파괴

지금 우리는 세대간, 지역간, 정파간 갈등반목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에 김동길 연세대명예교수는 반듯한 구국의 논리와 뛰어난 달변으로 국민에게 애국혼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그는 또 유려(流麗)한 필력(筆力)으로 80여종의 저서를 발간, 민주·자유·통일의 이념을 설파하는 시대의 논객(論客)이다. 그는 최근 ‘젊은이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이름의 저서를 펴냈다.
그를 만나 그가 추구해 온 민주, 자유, 통일이념에 관한 얘기를 간추려 보았다.

자유를 찾아 남으로 온 애국논객 김동길
김 교수는 교수생활에 머물지 않고 자유당시절부터 민주당, 공화당, 민정당, 지금의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못마땅한 정치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대중연설과 비판서적 발간에 앞장서 왔다. 따라서 그의 대중연설은 항상 구름관중을 모았고, 발간서적은 압수판매 금지되는 곤욕도 치뤘다.
이런 반정활동으로 그는 법망에 걸려 재판도 받았고 옥살이도 했다.
그는 이같은 우국의 삶을 살아온 궤적을 이렇게 회고했다.
“저는 평남 맹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다섯살에 고향을 떠나 어머님 손목잡고 평양에 가서 잔뼈가 굵었습니다. 아버님 광산의 노다지꿈이 산산조각이 나 평양을 떠난지 10년 동안 이사를 14번이나 다녀야 했습니다. 그 가난속에서도 어머님 덕분에 평양고보를 졸업하고 작은 고을의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해방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희망에 부풀었지만 38선이 생기고 소련군이 진주하고, 공산군이 날뛰자 38선을 넘어 이남으로 왔습니다. 그후 연희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에반스빌대학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턴대학에서 링컨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얻었습니다. 저는 링컨연구에 심취 매료되어 교수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민주논객의 서게 된 것입니다.”

김동길 교수가 바라는 민주주의
이제 그로부터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를 들어야 할 차례가 되었다. 그는 민주국가를 이렇게 정의해 줬다.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존재하고 번영을 누리게 되는 가장 크고 소중한 바탕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국가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정치는 용납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민주주의는 이런것이라고 쉽게 풀이해 줬다.
“집안에서 아버지 마음대로만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간다면 설사 아버지의 생각이 제일 훌륭하고 제일 옳다고 해도 결코 잘 하는 일이 아닙니다. 어머니의 의견도 중요하게 참작되어야 합니다. 또 아무리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해도 부모의 마음대로 자식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됩니다.
회사에서 경영주가 자기회사라는 생각으로 근로자들의 의견을 누르기만 하면 불만이 쌓이고 나중에 터져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노사(勞使)상생의 민주질서로 경영에 임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감안 국민을 속이고 감추는 거짓말을 해선 절대 안됩니다. 아무리 덮어놓고 쉬쉬하여도 언젠가는 다 알게 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몰래 속여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옛어른들은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였습니다. 민심을 건드리면 천심이 노하고, 하늘의 노여움은 사람의 힘으로 못 막습니다.”
김 교수는 이상과 같이 민주주의를 쉬운 논리로 아주 쉽게 풀이해 줬다.
다음 김 교수는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실천요령을 이렇게 설명해 줬다.
“한 사회의 안정이라는 것은 그 사회의 구성원이 제각기 지킬 것을 지켜주어야 유지가 됩니다. 교통도덕이나 교통신호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신호등이 색깔이 빨간색으로 바뀌면 멈춰야 합니다. 그것을 안지키면 추돌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푸른 신호에도 가지 않으면 교통체증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는 민주질서유지를 이처럼 풀이해 줬다.
다음 그는 민주질서 유지에 필요한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줬다.
“민주주의가 올바로 시행되기 위해선 권위가 필요합니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입니다만 서울시내 어느 호텔에 갑자기 불이 나서 투숙객과 호텔내 모든 사람이 옥상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옥상에 몰려든 사람을 구하고자 헬리콥터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헬기가 조난자를 구하려하자 서로 저마다 먼저 타려고 아우성이어서 장상적인 구조진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헬기를 붙잡고 매달려 타려다가 기운이 빠져 떨어져 사망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때 건장한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단단한 체구에 몽둥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조용히 앉히고 여자와 노인을 앞줄에 세운뒤 젊은 남자들은 뒤에 앉혔습니다. 몽둥이를 휘둘면서 사람들의 헬기탑승순서를 정해놓고 탑승을 시켜 남은 사람 모두 무사대피를 시켰습니다.
몽둥이는 권위의 상징입니다. 민주질서유지에 때로는 권위가 필요합니다. 질서가 잡힌 상황에서는 몽둥이는 무용지물입니다만 필요없는 독재권위의 몽둥이를 휘둘러선 절대 안됩니다. 권위는 필요존재이지만 남용은 민주파괴 불행요소가 됩니다.”
그는 국가운영에는 절대선(善)의 권위가 필요하며 국민은 정부의 착한 치정(治政)을 마치 교통신호를 따르듯 절대적으로 따라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가 들려주는 통일의 방향
다음 김 교수로부터 우리민족의 지상(至上)과제인 통일문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우리는 항상 통일을 바란다’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를 부르나 사실은 말만하지 통일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 일이 있는지 반성을 해봐야 합니다.”
그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삼국시대의 통일로 거슬러 올라가서 당시 우리민족이 어떤 양식으로 통일을 했나를 오늘의 현실에서 면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신라시대의 통일은 당나라라는 강력한 외세의 개입으로 통일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다스렸던 발해를 비롯한 옛 강토를 수복할 원천적인 기회를 잃은 큰 역사적 과오였다고 했다.
그리고 외세의 힘을 빌린 사대주의로 인해 민족의 자존을 잃은 어찌보면 치욕적인 통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시대 통일을 이루려면 자유민주주의를 정성스럽게 해나가면 저쪽에서는 그것이 자기네들에게 없는 것이므로 두려움과 동시에 매력을 느껴 우리에게 휩쓸려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일에 있어서 가장 좋고 훌륭한 방법을 대화라고 했다.
북은 자유를 무서워하므로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잘 해나가면 대화와 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남북간의 협력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런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줬다
“세상에는 큰 것이 있고 작은 것이 있습니다. ‘나’라는 것은 지극히 작은 것입니다. 내가족 내집안 따위도 작은 것입니다. 그러나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것은 매우 큰 것입니다. 나는 작은 것이지만 ‘겨레’는 엄청나게 큰 것입니다.
그런 큰 겨레를 한데 모으는 작업이 통일입니다. 지도자란 어떤 사람인가요? 큰 것을 위해 사는 사람입니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위하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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