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필 때 비가 오면 개도 쌀밥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찔레꽃이 피는 오뉴월은 매년 가뭄이 오는 시기로 우리 선조들은 이때를 ‘찔레꽃 가뭄’이라 했다. 찔레꽃에 얽힌 속담이 지역마다 하나같이 가뭄과 연결시켜 온 것을 보면 조상의 지혜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무리 과학만능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하늘의 도움 없이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요즈음 서해안을 중심으로 혹독한 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저수지가 갈라지고 모내기를 못한 농부의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북한 지역은 62년 만에 큰 가뭄이라 평년 강수량의 1/3정도도 안되며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찔레꽃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에 가뭄에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유달리도 가뭄이 심했던 어린 시절, 찔레꽃 향기가 가득한 동구 밖에서 친구들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찔레 순을 꺾어 먹던 추억이 떠오른다. 산나물을 뜯어 오시던 어머니의 산나물 바구니에는 늘 자식들에게 줄 찔레 순이 담겨져 있었다. 배고픈 시절 찔레순은 유일한 간식거리였는지 모른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소리꾼 장사익의 ‘찔레꽃’의 노랫말이다. 하얀 옷 입은 조상들이 황토 길에서 석양을 등지고 세상살이를 한탄하는 모습처럼 들린다. 가뭄과 보릿고개의 고단한 삶을 하얀 찔레꽃으로 형상화한 것 같아 더욱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미국은 록키(Rocky)산맥의 눈 녹은 물을 수백km 끌어와 사막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 가뭄에도 물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항구적인 물 관리 대책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