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 대한민국 다문화 미래 진단(1)

<유럽 3국의 다문화정책은 한계점을 노출해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유럽 다문화사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성공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럽선진국 지도자들 잇달아 다문화정책 실패 고백
영·독·불 인종·종교·문화 다른 이민자 융화정책 한계 노출
대한민국 다문화, 유럽과 다른 양상…성공가능성 높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
“영국 다문화주의 정책은 완전히 실패”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이주자들 독일과 융화에 더 힘써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이민자들 정체성만 존중하는 바람에
 정작 프랑스의 정체성은 고려하지 못했다”

‘똘레랑스’(관용)의 붕괴
지난 2005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외곽도시인 ‘클리시 수 부아’ 시(市)에서 북아프리카 출신 무슬림(이슬람교 신도) 2세 청년들의 과격한 시위가 일어났다.
그 전달 15세와 17세 무슬림 소년 2명이 송전소 변압기에 감전돼 숨지면서 촉발된 이 시위는 두 소년이 경찰의 과잉 검문과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했다고 보도됐다. 경찰의 부인에도 분노한 무슬림 청년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경찰과 맞서 돌을 던졌다. 방화와 약탈이 자행되고 수 백 명이 중경상을 입으며 조용한 마을은 무법천지로 변했다.
프랑스의 ‘정신’이라는 ‘똘레랑스’(Tolerance·관용)가 무색해 지는 사건이었다.
작년에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노르웨이 연쇄테러 사건도 빠르게 진행되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현지인의 박탈감, 역차별 정서가 팽배해지면서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극단주의자집단과 사이코패스적인 종교광신도가 벌인 끔찍한 사건이었다.
외국인혐오증으로 유발된 그 밖의 크고 작은 사건들의 이면에는 유럽의 ‘실패한’ 다문화정책이 있다. 

‘참견 말자’ 정책의 실패
지난해 2월 5일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독일 ‘뮌헨 안보 회의’에서 “영국이 오랫동안 지속해온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 정책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서구적 가치를 거부하는 민족적, 종교적 소수집단에 대해 영국이 유지해 온 소위 ‘불접촉 관용(hands-off tolerance)’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그 원인이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에 있다는 듯 발언을 했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무슬림들은 국내에서 자라난 (종교적) 극단주의와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고 영국사회에서 더 잘 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다.
2010년 10월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이 추구하는 다문화주의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독일이 추구해온 다문화주의는 실패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주자들은 독일어를 배우고 독일에 융화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 종교 등 완전히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독일 사회에 통합되지 않은 채 우리와 이웃해 살도록 허용하는 다문화정책 방식은 400만 무슬림이 살고 있는 독일에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재임중인 작년 2월 프랑스 민영방송 TFI와의 인터뷰에서 “그것(다문화정책)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프랑스로 왔다면 프랑스 사회에 녹아드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프랑스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프랑스 이주자의 대다수인 북 아프리카계 무슬림들이 프랑스의 남녀평등, 그리고 어린 소녀들이 학교를 다닐 권리 등에 대한 거부감에 노골적인 경멸감을 표하면서 내무장관 시절에는 위에 언급한 클리시 수 부아 소요사태 때 시위에 참가한 이주자들을 “인간쓰레기”라고 까지 표현했다.

‘다름’에 대한 포용이 성공 관건
이들 3국이 실패요인은 그들 스스로가 고백하듯이 지나친 방관(hands-off tolerance)에 있었다. 이주자들의 역사 문화 종교를 존중한다는 뜻은 좋았으나 이주자들 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다. 이주자교육에 소홀히 했으며 언어 교육 조차도 ‘알아서 하겠지’로 일관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의 수반들은 한 결 같이 “그들(이주자)이 사회융합에 소극적이었으며 그들 전통에만 가치를 두고 있어, 우리(영, 독, 프) 문화습득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급기야 독일연방은행(중앙은행)의 틸로 사라친 이사는 “베를린에 사는 터키인과 아랍인(모슬렘)은 독일어는 배우려 하지 않고 사회통합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생활 보조금이나 타먹고 종일 텔레비전이나 시청하면서 빈둥거린다.”며 이주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을 조롱 섞인 말로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 무슬림들이 발끈하고 일어났다.
독일에는 약400만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고 프랑스와 영국도 상당수의 외국인 이주자들이 살고 있다. 사회분위기가 점 점 험악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우복남 충청남도정책개발연구원은 유럽의 현상을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럽은 다문화가 사회문제화가 되고서야 부랴부랴 다문화정책을 시작했지만 한국은 다문화사회초기부터 시작,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며 “한국은 유럽 국가들처럼 이주민 비율(가족 이민)이 높지도 않고, 피부색과 인종이 확연히 다른 이주민·이슬람교도·노동이민자가 적다. 게다가 이주자에 대한 사회적 보장의 질과 양 역시 아직은 큰 역차별과 박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 해도 그것이 한국의 안정된 다문화사회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이주자들의 고향인 각국 문화의 소통과 사회통합은 선주민인 한국의 다수자들이 이주민인 소수자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교육시스템과 사회보장 못지않게 다문화를 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주문했다.
그는 또 “‘다름’에 대한 포용과 관용 이해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만 성공적인 다문화사회 정책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유럽에서 보았다.”고 강조했다.
(다음호에 2부 이어짐)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