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가족이라는 우산 아래
있으면 모든 것이 편안하다.
아무리 짓궂은 날씨라 해도
그들의 머리 위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우산이 있기에 그렇다. "

꽃과 나무들의 아름다움과 푸르름이 절정에 달해 황홀지경에 이르는 계절이다. 5월은 유독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많다. 이미 지났지만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가정의 날이 그렇다. 오늘 맞는 성년의 날, 부부의 날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사랑이 충만한 달이다. 요즘 ‘밖에서 보여 지는 좋은 모습, 집안에서도 보여 주세요’라는 TV공익광고가 있다. 혹시나 우리네 집의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지 한번쯤 짚어볼 일이다.
자녀들의 성장과 함께 부모 노릇도 변하고 있다. 누구나 한다는 ‘부모노릇’은 자녀들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렵기만 하다. 옳고 그름을 가르쳐 주고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훈육자의 역할을 한다. 자녀들의 머리가 굵어지면 부모는 격려자의 옷을 입는다. 격려한다는 말이 알려주듯 수직적 관계에 있던 부모와 자녀는 수평적관계로 바뀐다. 이러다 대들기를 밥 먹듯 하는 청소년기에 부모는 상담자로 변모한다. 이쯤 되면 가족은 동반자 역할로 살아가야 할 시기가 된다.
얼마 전에 필자는 한국최초로 북극점에 도달하고 세계최초로 사하라사막 도보횡단을 한 최종열 탐험가의 강의를 경청한 바 있다. 그는 에베레스트 등반, 아프리카 적도밀림을 탐험하고 무동력 배로 우리나라 삼해(三海)를 일주한 탐험가이기도 하다. 그의 탐험 생활은 영하 40도의 얼음판에서, 사막의 공포 속에서도 항상 생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모든 것이 예측불허였다. 탐험은 늘 위험이 뒤따라 다닌다. 그는 탐험의 끝자락은 ‘가족’이라고 말한다. ‘언제나 탐험대장으로서 대원들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탐험의 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자신도 그렇다. 가정은 한 인간이 자라나고 편히 쉴 수 있는 우리 삶의 그루터기다. 가족이라는 우산 아래 있으면 모든 것이 편안하다. 아무리 짓궂은 날씨라 해도 그들의 머리 위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우산이 있기에 그렇다. 우산은 비가 오는 날, 주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적셔 자신을 찾은 사람의 몸을 보호한다.
미국의 9·11사태 때 쌍둥이빌딩이 무너져 내리기 5분 전,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한 일이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가족은 사랑을 가장 오랫동안 주고받는 사람들의 집합체다. 때론 지친 이에게 죽어가는 생명을 붙드는 힘이자 마술이 가족이다. 가족은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맺는 인간관계다. 특히 어린자녀들이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을 원망하며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살면서 힘이 들 때, 제일 먼저 가족에게 위로 받아야 한다. 인위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가족이다. 그들은 멀리 있어도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가족은 서로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조용히 지켜봄으로써 지혜를 나누어 갖는다.
장기 입원하여 치료중인 분을 문병 갔을 때의 이야기다. 평상시에는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고, 내가 할 일이 있고, 일용할 양식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몰랐다. 돌아갈 집이 있고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평범한 일이 정말로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뼛속 깊이 느꼈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크고 넓다. 부모와 자녀 간, 부부 간에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어린 말을 많이 주고받을수록 사랑이 깊어진다. 집안이 서로 잡아주고 이끄는 믿음의 빛, 체온을 나누는 사랑의 빛으로 가득 찬다, 가족의 달, 5월은 이처럼 좋고도 좋은 달이다. 훈훈하다. 요즘 어느 구석이고 평탄치 않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의 몸과 마음을 그 훈훈함에 마음껏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 가족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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