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인 위한 공익활동 펼치는 방귀희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

 

‘한국의 얼굴’ 만드는 이미지 작업 중요

‘한국고유의 여성문화’ 이끌어 내고 파
 동등한 참여, 기회부여가 바로 장애인 복지 첫걸음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은 특별보좌관 인사를 단행하며, 조금 특별한 인물을 문화특보에 임명했다. 그 주인공은 1급 지체장애인 방귀희(55)씨다. 한국장애인문인협회장으로 장애예술인을 위한 사회공익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가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특별보좌관에 임명돼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창성동별관 문화특보실에서 방 특보를 만났다. 방귀희 문화특보는 이 자리에서 “문화 전반을 다루는 일을 수행해야 하느라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고심했지만 장애인 문화예술 활성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며 “앞으로 문화정책 조언자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문화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특별보좌관 자리에 임명됐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한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팔과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55년의 인생을 살며 매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대학 재학시절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을 볼 때면 마치 수미산을 넘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졸업을 했는지 꿈만 같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장애인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훨씬 적어 모든 것이 장벽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실력이 있으면 인정을 받는다는 신념으로 사람들에게 장애인으로서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정상인들과 똑같이 학업을 마치고, 이렇게 문화특보에까지 앉게 되니 장애인들에게 일정부분 본보기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으로서 임기동안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꼭 이뤄야할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 대통령께서 임명장을 수여하며 “우리가 다 같이 어려운 시기인데 긍정적으로 밝고 소신 있게 살아온 점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셨다. 이 말을 듣고 30년간 일하던 방송을 접게 됐다. 말뿐인 특보는 하지 않겠다. 많은 일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한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문화특보로서 우리나라 이미지 제고에 노력하겠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미지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류추진단의 활동을 활성화 시키겠다. 다음으로 장애인 문화예술 정책을 만들어 가는데 공을 들일 생각이다. 장애인 올림픽, 체육대회 등 장애인 체육 분야에 대해서는 440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이에 반해 문화예술 분야는 공식적으로 108억 원 정도다. 장애인 예술 활동을 위한 예산은 40억 원 정도밖에 없다. 체육 분야의 10% 수준으로 예산이 너무 적다. 국민의 2%가 예술의 끼를 안고 태어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장애인 2%가 갖고 있는 예술의 잠재력을 인정해야 한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복지관에서 주관하는 단순 직업교육만 받으라는 법이 없다. 앞으로 TF팀을 꾸려 장애인의 예술 주체권을 향상시켜나가겠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의 현주소는 매우 열악하다. 장애인 복지정책의 개선점과 앞으로 추구해야할 지향 점은 무엇이며, 더불어 농촌지역의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방안을 제언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그렇고 인간적인 배려심도 아직 부족하다. 장애인 복지의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 많은 이들이 장애인을 사회에 통합시켜야 되는 줄은 알고 있지만 아직 통합을 실현시키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통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농촌지역은 장애인을 위한 편이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갈수록 지자체 중심으로 정책이 실현되다보니 정부에서의 복지전달체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의 복지’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회이다. 장애 때문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를 머리로 상상하지 말고, 먼저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장애인 복지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여성을 위한 문화정책 특히 장애여성을 위해 생각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문화특별보좌관에 임명하며 특별히 대통령께서 최근 국민들의 복지, 여성분야 업무도 신경 써 달라고 주문하셨다. 복지와 여성, 그리고 문화는 따로 분류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장 내 ‘임신·축하문화’를 정착시켜 여성을 위한 문화를 강화하고 싶다. 더불어 복지를 정부에서 배분해주는 하나의 지원체제로 생각하는 것보다 ‘내 행복을 위해 어떤 복지 상품을 구매 해야겠다’는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문화로 확산시키려 한다. 또한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한류열풍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 없이는 오래갈 수 없다. 그래서 한국고유의 여성문화를 가미한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더불어 장애여성을 위해 단적인 예로 장애인런던올림픽 참가 선수단을 위해 최초로 여성감독을 배정했다. 여성선수단의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들을 관리, 보살펴줄 여성감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문화특보로 임명받은 후 여수엑스포를 비롯해 주요 문화행사에 꼭 참석하려 한다. 장애인이 문화특보로 일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정상인보다 더 열심히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국의 이미지 위상 제고는 물론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방귀희 문화특보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팔과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서울 무학여고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동국대 불교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에 KBS 장애인 수기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후 30년 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1991년 계간지 ‘솟대문학’을 창간해 지금까지 발행하고 있으며, 현재 장애인문화진흥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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