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옛적 우리 전통사회에서의 직업은 신분, 출신성분에 따라 높낮이와 귀천(貴賤)이 철저하게 차별화 되어 있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서열로 사회계급이 나뉘어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감생심 신분상승은 꿈도 꿔보지 못할 일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욕구, 주어진 개인적 능력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있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신분계급이 결정되어지는 운명같은 것이었다. 하루 세끼를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째지게 가난해도 양반은 자손 대대로 최상위계층인 양반의 위세를 누렸다. 중간계층인 중인(中人)은 중인신분, 상놈(노비)은 역시 대대손손 상놈의 신분을 면치 못하고 ‘천 것’으로 멸시당하며 ‘상전’의 갖은 핍박속에서 숙명같은 일생을 보냈다.
‘양반은 얼어죽을지언정 곁불은 쬐지 않는다’ ‘양반은 냉수 마시고도 이를 쑤신다’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친다’ 등등의 속언들은 선비·농부·공장인(工匠人)·장사치로 신분계급이 나뉜 당시 사회에서의 양반(선비)의 허세를 조롱한 데서 생겨난 말들이다.
이러한 사회계급에 따른 신분차별은 조선왕조의 몰락 후 근대화·산업화 역정과 함께 점차 그 벽이 무너져 각 분야별로 다양한 직업들이 속속 출현하게 된다.
서양, 특히 유럽사회 역시 전통 봉건군주제 아래서 우리의 왕조시대 이상으로 신분차별이 심했다가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다양한 직업군이 나타나게 된다. 240년 이라는 짧은 독립 역사를 가진 미국만은 그 양상이 다르다. 200종이 넘는 이민족들로 구성된 합중국(合衆國)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발빠르게 실용주의적인 중상주의(重商主義)정책을 내세워 부(富)를 쌓으며 세계 경제대국의 틀을 다졌고, 그만큼 다양한 직업들이 부침(浮沈)을 거듭해 왔다.
최근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제회생을 위해 녹색산업 분야에서 500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한 자원환경전문가는 “녹색 일자리가 앞으로 고용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꼽는 미래의 유망한 직업은 이렇다. 첫째가 기업의 에너지 소비를 관리하는 지속가능책임자(Sustainability Officer), 그 다음이 빌딩 운용 전문가, 토지이용 기획자, 전기차 설계자, 생물학자와 화학자, 식품과학자와 물(水) 전문가, 쓰레기 컨설턴트, 그리고 환경전문 변호사와 환경교육가들도 유망직종으로 꼽았다.
이렇듯 물건너 지구촌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거센데, 우린 아직도 ‘~사(士)’자 타령이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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