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아름다운 문단 질서한분순 시인.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농촌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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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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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 순
시인.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문단도 엄연히
선후배간에 오가는
문단 질서가 존재한다.
막무가내로
자신만을 내세우는 자세는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 "

한 때 길 가던 사람 중 “사장님!” 하고 부르면 일곱, 여덟은 뒤돌아본다는 말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이 되지 않아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장’ 호칭대신 ‘시인’이라는 호칭이 ‘사장’을 대신한다는 말이 문단에서는 심심찮게 우스갯소리로 나돈다. 그만큼 시인 숫자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문예지가 3백 여 개가 넘고 문인이 양산되는 바람에 시인 배출이 많아진 탓이기도 하다.
한국문인협회만 하더라도 회원이 1만2천명이나 되는 거대 단체가 되었다. 시인, 작가가 양산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사람들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하고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며 사회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인이 양산되다 보니 그에 따른 질적 저하도 따른다는 점이다.
70년 필자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데뷔한 때만 해도 20대에 등단하는 문인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박완서 소설가가 40세에 여성동아에 장편이 당선되면서 등단하자, 나이 든 주부가 당선되었다고 해서 신문 지상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요즘은 신춘문예나 문예지 등단 작가를 보면 40대에 등단하는 경우도 드물다. 50대가 주류를 이루고 60대, 심지어 70대도 등단한다. 주부들이 자녀들을 키워놓고 시간 여유가 생기자 문학소녀 시절의 소질을 생각해  남아있는 자기 삶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생활하면서 나이로 대접받던 일에 익숙해진 탓인지 문단에 갓 데뷔해서도 선배 대접을 받으려 드는 데서 결례가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문단도 엄연히 선후배간에 오가는 문단 질서가 존재한다. 문단 원로 선배를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자신만을 내세우는 자세는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 문단에 갓 나온 신인이 50, 60년 문단생활을 해온 원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느 문예지로 데뷔하셨어요? 언제 문단에 나오셨어요?”하고 묻는 결례도 벌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70년대 초 한국여성문학인회에 처음 가입했을 때였다. 송년회가 있고 여성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순서였다. 그때 여기자인 한 여성문인이 말석에 끼었다. 그러자 박화성 선생님이 그녀에게 “이 자리는 문인들만 촬영하는 자리예요. 기자는 빠져요.”했다. 그러자 손소희 소설가가 “선생님, 저 기자도 우리 회원이고 소설가예요.”라고 변명해 주는 바람에 모두들 웃었던 일이 기억난다.
박선생님은 한국여성문학인회에 입회한 후배들이 선배들 앞에서 함부로 큰소리로 말을 하거나 굽 높은 구두를 신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걷는 것을 보면 당장 그 자리에서 주의를 주고는 했다. 문인으로서의 품위를 지녀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요즘은 그런 따끔한 말을 하는 선배도 드물다. 나이 많은 후배에게 그런 지적을 했다가는 오히려 “젊은 것이 뭐라고..... ” 하고, 서운한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문단에도 아름다운 질서가 존재한다. 그런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 소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할 뿐이다. 계속 배출되는 후배들의 품격과 격조를 위해서이다.
문단 초년 시절, 선배들의 반듯한 삶의 자세를 보고 생활해 온 후배들은 그들도 중견, 원로의 자리에 앉게 될 때 뒤이은 후배들의 존경과 문단 질서를 이어받기 마련이다. 한국여성문학인회가 창립된 지 5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문단의 아름다운 질서를 유지해 오는 단체로 이어지는 것도 모두 그런 생활에서 오는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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