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보리 잎이 파래지기 시작하면 곡식 뒤주는 바닥이 난다. 봄부터 보리가 누렇게 익는 보리누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식량은 바닥이 나고 봄나물에 보리죽을 쑤어 허기를 채우던 60년대, 굶기를 부잣집 밥 먹듯 하던 때를 우린 보릿고개라 불렀다.
보리는 오곡(五穀)중에 쌀 다음으로 많이 먹던 곡물이었다. 보리의 역사는 약 1만년전으로 이집트 석기시대유물에서 발견되었다. 우리나라는 BC 1세기경 고구려 주몽이 부여왕조의 박해로 남하했을 때 생모 유화(柳花)가 보리종자를 비둘기목에 걸어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최근 한국인의 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각종 성인병이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농경민족인 한국인이 곡류중심의 식문화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식물성 음식에서 충분한 열량과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한국인의 장(腸)은 서구인보다 30%나 길다는 것도 이 사실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보리음식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보리빵, 보리음료 등 보리를 이용한 가공식품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건강관리를 위해 보리밥 전문식당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보리밥은 쌀보다 소화가 2배나 빠르고 섬유질이 많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녹색혁명으로 쌀이 자급되면서 보릿고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보리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그대로 남아있다.
어릴적 봄기운을 가득 담은 파란 보리밭이 출렁이던 시골길이 생각난다. 최근 보리가 농촌관광 상품으로 개발되면서 고향을 둔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보리 축제가 한참 열리고 있는 제주 가파도, 전북 고창에 한번 가서라도 새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고향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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