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철이 다가오면서 문득 ‘못자리에 뿌릴 볍씨는 맏며느리 고르듯 하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옛 어른들은 입이 재바르고 차림새만 날렵할 뿐 끈기가 없는 처녀를 속칭 ‘뜬볍씨’라고 일컬으며 맏며느리감으로 치지 않았다. 이제 이 속담을 잘 새겨 볍씨 고르는 일을 맏며느리 고르듯 정성으로 엄선해야 한다. 못자리 종자는 소금물에 볍씨를 띄워 ‘뜬볍씨’는 과감히 거둬내야 한다.
우리네 농사속담에는 인생과 같이 진지한 의미와 철학, 기술이 담겨 있어 농사속담을 많이 음미해야 한다. 한국적인 농사철학을 의미 있게 일깨운 ‘며느리는 소를 잘 키운 집안에서 데려와야 한다’는 속담도 마음에 담아둬야 한다.
옛날 우리 농가에서는 식구(食口)와 생구(生口) 두 계층이 함께 살았다. 잘 사는 농가는 혈연이 아닌 식객·과객·노비, 심지어는 소를 생구(生口)라 하며 섬겼다. 특히 소를 마치 사람의 반열에 세워 대접하며 정성껏 돌봤다. 소 사육 중 병축일에는 시루떡을 만들어 외양간에 차려 놓은 뒤 소의 무병기도를 빈 뒤 떡을 먹었다.
이처럼 가축인 소를 마치 가족처럼 애틋한 배려로 키운 집안의 딸을 며느리로 삼는 것은 좋은 선택임이 분명하다.
이와는 다르지만 옛 어른들은 우리 주위의 모든 생물을 따뜻하게 돌봤다. 청렴정승으로 여러 임금을 모셨던 황희정승은 소의 심기를 거스를만한 불쾌한 얘기는 소가 들을까봐 귓속대화를 했다고 한다.
한편 농민들은 감을 딸 때 까치가 먹을 까치밥을 여러 개 반드시 남긴다. 심지어 마을의 오랜 노목(老木)을 수호신으로 삼아 무병장수 제사로 돌본다. 농촌진흥청이 펴낸 농사속담집을 잘 살펴 실천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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