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송화(松花)가루 날리는/외딴 봉우리/윤사월 해 길다/꾀꼬리 울면/산지기 외딴 집/눈먼 처녀사/문설주에 귀 대이고/엿듣고 있다.’
이 시는 청록파 시인의 한 사람인 박목월(朴木月)의 시 ‘윤사월(閏四月)’이다. 윤사월이니 양력으로는 4, 5월쯤 될 터이니 한창 물오른 산골 봄날의 나른한 정경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
올해 3월에 윤달이 들었다. 양력으로 4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가 윤삼월이다. 윤년(閏年)에 드는 달이라 하여 ‘윤달’이라 하고, 쓸데 없는 달, 가외로 한번 더 있는 달이라 하여 ‘군달’이라 하기도 한다. 그런 탓에 민간에서는 ‘썩은 달’이라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윤년·윤달을 단순히 음력에서 세는 해와 달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엄연히 천문학에 기초한 과학이다. 윤년은 윤달이나 윤년이 드는 해를 말하는데, 양력에서는 4년마다 한 번씩 2월을 29일로 하고, 음력에서는 5년에 두 번의 비율로 1년을 13개월로 한다는데 근거를 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윤년의 산술 근거는 태양력(太陽曆)과 태음력(太陰曆)에 바탕을 둔 것이다.
즉, 하늘의 적도 기준으로 23。5′ 기울어져 있는 태양의 궤도인 황도(黃道)를 운행하는 태양의 공전에 따라 계절이 바뀌는 주기를 계산해 만들어진 달력이 태양력이다. 이 태양력은 1년을 365일, 4년마다 윤년을 두어 366일로 하고, 100년마다 윤년을 1회 줄이고, 400년에 윤년을 97회로 계산해 두었다.
이에 반해 태음력은 달의 한 삭망(朔望, 15일)을 기초로 하여 만든 역법이다. 즉 열두달을 29일의 작은 달과 30일의 큰 달로 구성하고, 1년을 열두달, 19년에 일곱번 윤달을 두었다. 말하자면 달을 기준으로 지구의 자전을 기초로 한 시간을 계산한 것인데, 하루 평균시간은 24시간50분28초다.
천문학자들에 의하면, 지구가 스스로 한바퀴 도는 자전시간이 지난 45억년 동안 계속 느려져 가고 있다는 것. 그 원인은 달이 끌어당기는 인력(引力) 때문인데, 지구가 처음 탄생할 당시 하루가 5시간 이었던 것이 수명이 50억년이라고 칠 때 지구 최후의 날엔 하루가 지금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늦어진 44시간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우주의 원리를 놓고 보면, 지구, 그 안에서도 좁쌀알 크기만한 한반도에서 ‘썩은 달이네, 그래서 혼사를 피해야 길하다네, 썩은 달에 수의를 장만해 두면 무병장수한다네’등등의 속설(俗說)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그 얼마나 가소롭기 짝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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