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관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김노보 회장·이사장

 

“만원이면 저개발국 빈곤아동의 꺼져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예방접종, 영양공급, 저체온증을 막아주는 털모자 등을 공급할 수 있는 돈이죠. 이때의 만원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혈액 같은 것입니다.”
세계적 봉사단체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jldren) 코리아 김노보 회장은 우리들의 작은 정성을 호소한다. 1919년 영국의 에글린타인 젭 여사와 그녀의 동생 도로시가 설립한 ‘Save the Chjldren’은 세계적인 봉사후원단체로 보건의료, 다문화가정아동지원, 빈곤아동지원, 교육지원, 아동보호, 북한 어린이구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며 지난 1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빈곤국 어린이들의 요람이 되고 있다. 세계 120개국 이상에서 국제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총 25개 사업장이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김노보 회장을 만났다.

50년 전 우리
“6·25전쟁 때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달려온 단체가 바로 세이브더칠드런입니다. 이어 미국, 캐나다, 스웨덴의 구호단체가 뒤를 이었죠. 이들이 한국에 첫발을 내린 곳은 피란민과 전쟁고아들로 아비규환이던 부산이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사무소를 열고 이어 마산, 울산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죠.”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떤가?
전쟁으로 민심은 흉흉하고 굶어죽은 시체가 곳곳에 널려 있었고, 먹을 것 한 덩어리 때문에 악다구니로 다투던 모습들. 질병이 창궐하고 거리를 헤매는 고아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던 곳. “어쩌면 지금의 아프리카나 아시아 저개발국의 모습은 그때의 우리모습입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달려왔듯이 이제는 우리도 그들에게 달려가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08년 발표한 ‘어머니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200만 명 아기들이 태어나서 하루를 못 넘기고 죽고, 아기 400만 명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영유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작은 정성입니다. 탯줄을 자르는 살균된 칼, 저렴한 폐렴 항생제, 저체온증을 막아주는 따뜻한 털모자 등.... 이렇게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수 백 만 어린이들을 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제단체의 통계에 의하면 이디오피아에서는 1000명 중 104명의 어린이가, 말리에서는 1000명중 191명의 어린이가, 네팔에서는 1000명중 48명의 어린이가 만 다섯 살 이전에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4000원짜리 모기장 하나 사면 말라리아를 막을 수 있고, 6000원이면 에이즈 바이러스 검사를 할 수 있죠.”
현대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보면 기가 막힐 일이지만 우리나라도 불과 50년 전엔 수많은 영유아들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가야했다.
모두 가난과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다.

<작년 8월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김회장과 탤런트 송선미 씨.>

털모자가 어린 생명을 지킨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신생아 살리기 털모자뜨기 캠페인’은 그동안 세계 빈곤국의 많은 아기들을 살려냈습니다.
더운 아프리카에서 웬 저체온증이냐 하실 텐데 그곳의 낮밤은 기온차가 커 아이들이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털모자는 아이의 머리를 통해 발산되는 체열을 잡아두어 약 3도의 체온상승효과를 가져옵니다. 2도만 체온이 상승해도 아이들의 사망률은 70%나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 주목해 ‘신생아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을 시작한 것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작년 가을부터 시작해 지난 2월 29일 끝난 ‘털모자캠페인 시즌 5’에 모인 15만 여개의 털모자를 4월말까지 아프리카 잠비아(Zambia)와 아시아 방글라데시(Bangladesh) 신생아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후원자들이 모자를 뜨는 데 필요한 털실도구 키트를 구입해 완성한 모자를 보내주면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신생아에게 보내주는 캠페인이다. 후원자들이 재료를 사서 자신이 직접 털모자를 떠서 세이브더칠드런에 보내는 형식이다. 이 캠페인은 새로운 ‘참여형’ 기부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시즌1때는 1만 7,213명이 참여해 2만 5,007개의 모자가 모인 데 이어 이듬해에는 참여자는 두 배(2만 4,562명), 수거된 모자 수는 세 배(8만 460개)로 늘어났죠. 그리고 시즌 4에서는 14만개를 넘겼고 올해는 15만개를 돌파했죠. 모두가 여러분 덕분입니다.”
지금가지 모자를 짜는데 쓰인 털실길이만 지구둘레를 한 바퀴를 넘어서는 4만 120km에 이른다. “지금까지 모인 모자는 말리(약 20만 개), 에티오피아(10만 개), 앙골라(1만 개), 네팔(2만 5,000개), 라오스와 캄보디아(약 1만 5,000개) 등지의 신생아들에게 전달됐습니다. 저 먼곳에 있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기들이 내가 뜬 모자를 쓰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으세요?”
요즘은 남성, 80세가 넘은 고령의 할머니들, 어린 학생 등 성별과 나이에 무관하게 캠페인 참가자가 늘고 있다.
“용인에 살던 63세의 주부 조영순 씨는 유방암과 싸우는 힘든 투병생활 중에도 108개의 털모자를 남기고 지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며 밤마다 모자를 떴다는 후원자의 사연도 있었습니다. 천사들이죠.” 김 회장은 캠페인에 참가한 분들의 아름다운 사연을 접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단다.

이제 우리가 손을 내밀 때
“세이브더칠드런은 국내외 어린들의 삶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돕는 단체입니다. 다양한 사업영역을 통해 세계 아동이 그들의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거죠. 그런데 요즘 우려할 만한 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의 ‘우려’란 최근 세계적으로 해외원조 규모가 눈에 띄게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불활 탓이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 4일, 회원국의 해외원조 규모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저개발국의 빈곤퇴치를 어렵게 해 아동의 삶에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입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OECD 개발원조위원회 23개 회원국 중 16개 국가의 해외원조 규모가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큰 재난을 당한 일본의 원조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의 감소폭은 각각 39%, 33%나 된다.
“우린나라는 지난해 해외원조로 전년대비 5.8% 늘어난 13억 2000만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총소득 대비 ODA 비율은 0.12%로 아직도 UN이 제시한 수치에는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죠. 그러나 털모자캠페인에서 보듯 우리나라 국민들 특유의 ‘정(情)’ 의식은 기부와 해외원조 참여를 폭발적으로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김 회장은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구호단체, 언론, 사회단체 등이 저개발국이 당면한 비참한 현실에 대해 더 큰 비중으로 다루고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후원자 여러분과 함께 더 많은 어린이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천사들의 미소, 여러분이 지켜주세요”

김노보회장은...
1945년 대구 출생.
서강대학교 물리과 졸업, 연세대 경영학 석사, 서울대학교경영대학원을 나왔다.
1972~1986년까지 서울식품, 미주산업에서 근무했고, 1986~2002년 까지 한국 네슬레 상무를 역임했다.  2004~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CEO 회장을 역임하던 중 2011년 12월 21일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이사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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