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마지막 잎새>의 작가 오 헨리(O.Henry)의 단편소설로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작품이 있다. 이야기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짐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딜링 햄 영과 델라라는 한 가난한 부부가 있었다. 끔찍이도 서로를 사랑하는 이들 부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서로 말 못할 고민에 빠진다. 이유는 선물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부부에게는 ‘가문의 영광’이라 이를만한 대단한 자랑거리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짐이 할아버지 대(代)에서부터 물려받은 금시계였고, 다른 하나는 마치 황금폭포가 물결치듯 무릎아래까지 가 닿는 치렁치렁한 델라의 빛나는 머리채였다.
델라는 문득 남편의 금시계를 생각했다. 남편 짐이 가지고 다니는 대물림 시계는 가죽줄이 낡아 선뜻 남 앞에서 꺼내보이기가 주저스러울 정도였다. “그래, 새 시계줄을 사자.” 델라는 그 길로 머리용품가게에 가 그토록 탐스러운 머리채를 단돈 20달러에 잘라 팔고 백금 시계줄을 산다.
그 시간, 남편 짐은 아내가 평소에 그토록 갖고싶어 하던 브로드웨이 진열장의 머리빗을 금시계를 주고 사 외투주머니에 조심스레 챙겨 넣고 있었다. ‘그 탐스런 아내의 머리에 이 빗을 꽂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짐은 그 생각만으로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이윽고 남편 짐의 귀가. 커피를 끓이고 폭찹 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아내 델라의 짧은 머리칼을 보는 순간 짐은 말을 잊고 만다.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눈부신 머리칼을 잘라 판 아내에게는 머리빗이 소용없고, 금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빗을 산 남편에게는 아내가 산 백금 시계줄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 것이다.
이때 남편 짐이 맥없이 내놓은 머리빗을 소중하게 가슴에 품어 안은 아내 델라는 눈물이 그렁한 몽롱한 눈빛으로 남편 짐에게 말한다.
“짐, 제 머리칼은 빨리 자라요. 제가 가지고 있는 머리칼은 하나 하나 셀 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당신에 대한 제 사랑은 그 누구도 셀 수 없을 거예요.”
돈의 가치로 셈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결혼이란 것도 그것이 첫째조건이라야 하는데 요즘 세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장사치처럼 주고 받는 예물 때문에 ‘결혼스트레스’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예물의 사전적 풀이는 ‘신부로부터 첫 인사를 받는 시집 어른들이 답례로 주는 물품, 혹은 서로 주고 받는 기념품’이다. 그게 아파트요, 자동차라는 식의 ‘돈잔치 결혼’, 그 물신(物神) 잡힌 세태가 가슴저리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