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민간요법 집대성한 「익생양술대전(益生養術大全)」펴낸 한국민간요법연구회 권혁세 회장

전3권-약초편·처방편·조제편으로 나눠 비방 2만 가지 수록

‘현대판 본초강목’이라 이를 필생의 생약 연구서
약술로 담그는 ‘주침법(酒浸法)’비방 세계적 관심 끌어

권혁세 회장을 만나러 가면서 문득 구당 김남수 옹이 떠올랐다. 그는 무면허 침뜸 시술로 수년간 법정소송에 휘말렸다가 지난해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그는 국내 정통 한의학계의 거센 비난과 홀대 속에서 실의에 빠져 돌연 미국행을 감행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침뜸 비술을 차라리 중국에 가 펴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겠다는 비감어린 회견을 하기도 했었다.
권 회장도 그런 세간의 ‘돌팔매질’이 없지 않았었다고 10여년 전 우연히 만났을 때 들려줬다. 가깝게는 국내 유수의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원을 개업한 며느리로부터는 딱 잘라 ‘돌팔이’ 소리를 듣기도 했다며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15년 전, 그가 각고 끝에 365가지의 약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445가지 질병에 대한 처방 9천여 가지를 일목요연하게 수록한 1천여 쪽의 민방지침서 ‘익생양술(益生養術)’을 펴내자 상황은 반전됐다. 당시 독일의 한의학계 학술회의 참석 차 독일에 갔던 한의사 며느리가 며칠 뒤 귀국하는 길로 한달음에 그에게 달려와 ‘익생양술’ 책을 찾더라는 것. 얘기인즉, 독일 학회에 가니 그곳 한의사들이 자신의 시아버지가 펴낸 그 책을 보고 있더라는 것이다. 이 일이 있은 뒤 한의사 며느리는 ‘익생양술’을 통해 그가 평소 ‘돌팔이’라고 일소(一笑)에 부치던 시아버지의 비방 전수자 아닌 전수자가 돼 있다며 껄껄 웃었다.

선친에게서 비방 처음 전수받아
1937년생이니까 올해로 76세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시골동네 사랑방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촌로(村老)의 인상과 풍모를 지니고 있다. 약초를 연구한다면 깊은 산속에서 산신령 같은 모습으로 지낼 것으로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그는 영판 아니게도 서울의 구로구 오류동의 한 상가건물에 조그만 사무실을 세내어 들어 저술작업이며 약재처방 작업을 하고 있다.
10여년 전 한 지인의 소개로 한 저녁자리에서 권 회장을 만났을 때, 그는 나직나직 이렇게 말했었다.
“기관지천식으로 병원신세를 졌다면서요? 허이구 참, 고생했겠구먼. 다른 것 말고 어린 애수세미를 구해서 동글납작하게 썰어 꿀이나 흑설탕에 재워놓고 한 숟가락씩 떠먹으면 효과가 있어요.”
권 회장은 늘 그런 식이었다.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식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몸으로 직접 임상실험을 한 것들을 알아듣기 쉽게 조금조금 얘기해 준다. 그래서 그의 책들에 수록돼 있는 처방들은 누구나가 직접 약재나 산야초를 구해 어렵지 않게 처방할 수 있다는 커다란 특장을 가지고 있다.
충남 천안이 고향인 권 회장이 처음 약초를 대한 건 열두살 무렵. 발이 삐었을 때 아버지가 웬 풀을 짓찧어 발라주셨는데, 신통하게도 발목은 금방 나았고, 이때부터 아버지와 고향마을 신부님이 알고 있었던 약초지식과 민간처방을 전수받아 지금껏 50여년간 민간요법 연구가로 일관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직접 약초 채취, 자신의 몸 통해 실험
그의 민간요법 전 과정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그가 사용하는 약재는 모두가 그가 직접 전국 각지의 산과 들을 누비고 다니며 채취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찾아낸 산야초들은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고, 그 약초의 효능과 성분 등을 파악한 다음 자신의 몸을 통해 실증실험을 하고 주위사람들을 통해 처방의 효능을 검증하기를 수십년 반복해 오늘의 ‘익생양술’ (전3권) 집대성의 빛나는 결실을 보았다.
이미 그 이전인 1997년 ‘풀이 만병을 이긴다’를 시작으로 ‘만병을 다스리는 민간약술’ ‘약이 되는 먹을거리’ ‘병을 치료하는 민간약술’ 등의 저서를 연이어 펴내 민간요법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특히 그만의 약술 비방인 주침법(酒浸法)은 탁월한 효능 면에서 일본의 의학계는 물론 세계 재야 대체요법 연구가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처방법이다.
처음에 내놓았던 ‘익생양술’을 대폭 수정 보완해 최근에 펴낸 ‘익생양술대전’(전3권)은 제1권 약초 편, 제2권 처방 편, 제3권 조제 편으로 구성돼 있다. 각 권별 내용을 보면, 약초 편에는 1천 종류의 약초 원색사진과 생태 및 특징, 채취취급요령, 효능, 성미, 독성, 사용량, 용법 등을 총체적으로 규명 정리한 본초학 도감이다.
제2권 처방 편은 1천여 질병의 원인, 증상 설명과 2만2천600여 처방을 약재별로 제시해 놓았다. 그리고 제3권 조제편은 민간·사찰 등에서 비전돼 오는 각종 주침(약술), 탕전, 약차, 식이요법 등 2천600여종의 조제비법이 총망라 돼 있다.(문의. 02-2611-0924 주·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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