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산림청 차장

김 남 균
산림청 차장

"산속에서 살아가는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
새와 곤충, 이 모두가
산림생태계를 이루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습관은 첫 습관이 중요하다. 한번 몸에 배면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나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첫 습관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식들이 처음부터 올바른 습관을 지니도록 애쓰고, 학교에서도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올바른 습관을 몸에 익혀 주려고 노력한다. 산행 습관도 길들이기 나름이다. 처음 산행에 나설 때 부모님이나 선배들이 가르쳐 준 습관은 두고두고 그 사람의 산행습관을 결정하게 된다.
‘깨진 유리창(브로큰윈도) 이론’이 있다. 미국의 한 도시에서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깨끗한 차량과 유리창이 깨진 차량을 놓아두고 3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유리창이 깨진 차량에서 더 많은 파손과 도난이 발생했다. 뉴욕 경찰청이 이 이론에 착안해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고 깨끗한 환경을 유지한 결과, 지하철에서의 범죄 발생이 80% 이상 줄었다고 한다.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도 공공장소나 식당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선뜻 담배를 꺼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누군가 담배를 피우면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상도 깨진 유리창 이론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산행 질서도 마찬가지다. 불에 타기 쉬운 나뭇가지나 낙엽이 쌓인 산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을 놓으면 산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유명 산에 가보면 등산로 입구 등에 인화물질을 가져가지 말고 불을 사용하거나 놓는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예 처음부터 산불의 빌미가 될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물론 산을 찾는 사람들 중에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나아가 다음 세대가 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버리는 위험천만한 결과를 만들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오늘 내가 산에서 얻은 휴양과 심신의 건강 등 다양한 혜택을 다음에 찾을 때도 얻을 수 있고, 또 다음 세대는 더 많이 누리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산을 찾는 사람들이 내는 산불이 매년 200여 건 이상으로 전체 산불의 절반을 차지한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이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인 산을 잿더미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우리도 산에서 예절을 지키는데 노력할 때가 됐다. 잘못된 관행은 고치고 새로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올바른 산행예절을 가르쳐야 한다. 그 예절을 지키는 데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르는 것도 아니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서 굳이 예절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산에 갈 때는 라이터나 버너 등 인화물질은 아예 두고 가기,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불을 사용하지 않기 등 매우 쉬운 것들이다.
아울러 산속에서 살아가는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 새와 곤충, 이 모두가 산림생태계를 이루고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내 자신은 물론 가족과 이웃, 다음 세대를 위해 산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숲을 산불로부터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다.
싱그러운 봄날, 붉은 불기둥에 삼켜지는 푸른 숲의 안타까움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다함께 산에 대한 예의를 지켜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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