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언 강물이 풀리는 우수도 지났다. 아직도 쌀쌀한 바람 속에 따뜻한 봄기운이 그립다. 이제 곱고 향기로운 자연이 눈을 뜨고 우리들 삶에 촉촉한 물기를 보태 줄 것이다. 하지만 농촌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본격적인 영농준비에 들어가야 할 때지만 농업인의 마음은 우울하고 무겁기만 하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중국과도 FTA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이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순전히 정부 의지대로 터진 물꼬에 물 흐르듯 수순을 받는 모양새를 갖춰 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을 아예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는 생존할 수 없다. 우리나라 4천900만 인구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은 농업이다. 농업의 가치를 높이고 농촌 경제·사회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 뿌리가 깊어야 잎이 번성한다. 농촌은 뿌리다.
그 흔한 연구보고서를 열어보지 않더라도 농업피해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언제나 피해산업에 대한 보전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나 농업인 당사자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별천지 이야기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2004년 칠레와의 FTA발효개시를 시작으로 45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이 발효 중이다. 최근에는 한·유럽연합(EU), 한·캐나다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개방이 본격화된 이후, 그 열풍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농가들과 끝없는 경쟁을 벌여가게 만들었다.
요즘 한·미FTA발효가 목전으로 다가오자, 농민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농업에 핵폭탄으로 작용한다, 농업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 농업을 초토화 시키려는 행동’이라 등의 극단적인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까놓고 말하면 한국농업은 망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농가소득이 도시가구의 65%에 지나지 않으며, 올해에는 43%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농업에 매달려 사는 것이 녹록치 않은 도시가구에 비해서도 훨씬 더 살기가 팍팍해 진다면 망해가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농경연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우리나라 농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이치다. 우리 농업과 농촌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그러나 총선 공천에 매몰되어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개방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이에 정정당당히 맞서 이겨내야 한다. 농업은 도전을 겪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기회 앞에 서 있다. 농업의 불꽃이 점점 꺼져가지 않도록 농업인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농업보호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지속 가능한 특단의 조치여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안심이 되는 농산물로 신뢰를 얻기 위해 따뜻하게 다가서고 소통할 때 수입농산물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 최악의 고난 속에서 역사적 작품이 탄생했다. 고난과 역경은 우리가 넘어야할 산이다. 그래도 연간 1억원이상 소득을 올리는 부농이 1만6천여 명에 육박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이겨낼 길은 있다.
올 한해도 경제성장 둔화로 농업·농촌이 어려울 전망이다. 여전이 곡물자급률은 26.7%에 머물고 있다. 곡물전체로 볼 때 하루 세끼 중 한 끼도 자급을 못하는 곡물순수입국이 대한민국이다. 최근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곡물수출국의 수출제한조치가 많아져 국제곡물가격마저 불안하다. 지금 우리 농업정책을 보면 식량안보를 운운할 자격이 과연 있는 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식상하게 들리겠지만 ‘농촌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여전히 진리다. 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처방을 내놔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소득증대를 이룰 수 있도록 농업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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