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오 경 자
21세기 여성정치연합 부회장

동물은 자라면 대부분 다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한다. 야생의 경우는 거의 전부가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가축의 경우는 사람의 돌봄이 있어 생명을 부지해 살기에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동물과 구분 되는 기준이 어디 한두 가지랴만 어쩌면 가장 확실한 구분이 바로 이 점인, 부모 자식이 죽을 때 까지 서로를 돌본다는 점이 아닐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동물은 본능대로 살고 사람은 본능을 억제하고 조절하며 사는 것이 동물과 사람을 가르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 아닐까한다.
하지만 이제 이런 기준도 애매모호 해지는 것 같아 우울하다. 통계청발표에 의하면 부모 자식의 동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부모 쪽에서는 동거를 원하고 자식 쪽에서는 동거를 원치 않아서 가정의 갈등요인도 되었으나. 이번에는 양쪽 모두 동거를 원치 않는 비율이 높아졌다. 아직도 전체적으로 볼 때 부모 쪽에서는 노후에 자식 동거를 원하는 쪽이 많긴 해도, 이제 부모들조차 자식한테 부담을 주기 싫어 같이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예전에는 핵가족화의 급속한 팽창에 등 떠밀린 부모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식과의 별거를 어쩔 수 없이 선택했지만 이제는 부모 쪽에서도 자유롭게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더 심층조사를 해야 할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가족관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아들을 혼인 시켜 살림을 내주고는 마치 버림 받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던 부모 이야기가 이제는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분가는 해 놓고 자식만 키워 달라는 요구에 대해 부모들은 “네 자식 네가 키우라”는 말로 손주 돌보기를 거부하면서 자녀 양육 문제는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었다. 손주까지 길러 주어야 할 의무야 없을지 모르지만 부모의 보살핌 없이는 여성이 아이를 기르면서 자신의 성취를 해 낼 수 없다. 일 가정 양립의 정책들을 많이 세우고 실행하려 애쓰고 있지만 아직은 그 해결이 요원한 실정이다. 부모가 노후에 자신을 또 희생하면서 손주 양육에 매달리는 것은 건강상 이유와 자신의 생활을 즐길 기회의 박탈이라는 점에서 볼 때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아주 외면하는 것도 잘하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튼 이래저래 우리는 서로 양보하면서 사는 대가족 보다는 신경 안 쓰고 사는 핵가족을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다. 물론 따로 산다고 해서 효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모들 마음속에는 자식을 가까이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현실이 얼마나 큰 박탈감이 되는 것인지, 자식과 떨어져 사는 자체가 외로움의 늪에 빠지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되는 것인지 젊은이들은 모른다. 부모를 잃은 후에야, 또는 그들이 부모 나이가 되어 그것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은 것이다.
모든 것을 편리한데서 불편한 쪽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노소 모두 핵가족의 장점에 방점을 찍고 선택한다면 그 대세를 무엇으로 막으랴. 다만 마음이 황량해지면서 해결책은 없을까 싶어 마음이 아릿하다. 아이들의 정서를 생각하면 대가족에 장점이 많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해서도 대가족의 장점이 우세한 쪽이다. 신경 쓰여 더 나쁘다는 신앙 같은 생각을 버릴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본능의 절제를 다시 한 번 화두로 삼고 이 문제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끝으로 말을 맺고자 한다.
21세기가 다시 대가족으로 가지는 않더라도 핵가족의 결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가족형태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이 개인적 생각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해체를 얘기 했지만 그렇게 비극적인 쪽이 아니라 더 발전적이고 한 발 앞으로 나가는 새로운 가족문화를 위해서 주택구조부터 부모동거에 편리한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야심찬 도전으로 가족의 양보와 각자 본능의 절제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는 가족문화는 어쩌면 농촌에서 다시 시작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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