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수세기 전, 대항해시대의 뱃길이 열리자 세계의 탐험가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가며 미지(未知)의 신대륙 정복에 나섰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메리카 정복에 나섰던 에스파냐(스페인)의 모험가들은 지금의 남아메리카 아마존강과 오리노코강 사이에 황금이 산더미처럼 묻혀있는 땅-‘황금향(黃金鄕)’이 있다고 굳게 믿어 그곳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름해서 ‘엘도라도(El Dorado)’다. 에스파냐어(語)로 ‘엘(El)’은 정관사고, ‘도라도(Dorado)’는 ‘황금의~’라는 뜻이다. 마르코폴로(Marco Polo)·콜럼버스(Columbus) 같은 13~15세기의 항해가들 역시 황금이라는 부(富)에 끌려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섰고, 그렇게해서 신대륙을 발견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황금 얘기라면 19세기 미국 서부개척 당시에 있었던 ‘골드러시(gold rush)’를 빼놓을 수 없다. 1848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가까운 아메리칸강 지류의 강바닥에서 금이 발견되고, 그 주변에서 많은 금이 나왔다. 그러자 이 소문을 듣고 그 이듬해인 1849년에는 미국 뿐만이 아니라 유럽·중남미·하와이, 심지어는 중국 등지에서 무려 10만여명의 사람들이 하던 일을 팽개치고 금을 캐러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왔다. 특별히 이때 모여든 사람들을 1849년에서 49년도만 따 ‘포티 나이너스(Forty-niners)’라고 불렀는데, 1858년까지 10년간 약5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금을 채굴했다.
이렇듯 한순간에 금으로 인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캘리포니아는 1850년 9월에 미국의 한 주(州)로 승인되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금광에 얽힌 일화들이 있다. 조선조 말기에 민비와 고종 내외의 총애를 업고 출세가도를 달린 함경도 북청 물장수 출신 이용익(李容翊, 1854~1907)은 전국 금광 채굴권을 수십년간 장악하고는 왕실의 사적인 재정 창구역할을 해 더없는 충신으로 고종의 신임을 듬뿍 받았다. 그가 하루는 비둘기 모양의 금 원석 덩어리를 금광에서 채굴해 고종임금에게 바친 일이 있는데, 고종이 무척 신기해 하자 “송아지 모양의 금 한필을 구하여 바치겠나이다!”하여 이후로 고종은 이용익을 찾을 때마다 ‘금독(金犢:금송아지)대감’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한다.
요즘 현 정권 인사가 만든 기업과 권력 실세가 정부의 보증을 업고 희대의 대형 주가 조작극을 벌인 “씨앤케이(CNK)카메룬 다이아몬드’사건이 새해 벽두의 정가를 벌겋게 달구고 있다. 하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있고, 아폴로11호의 달착륙 이후 달의 땅 분양광고를 냈던 세기의 사기꾼들도 있었으니, 그 당사자보다야 그 사기극에 춤을 추고 놀아난 정부의 한낱 힘없는 백성이라는게 한탄스러울 뿐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