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편지’ 한 통으로 하루를 여는 아침편지문화재단 고도원 이사장

<아침편지 수련원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한 고도원 이사장.>

숲속 명상의 길 언저리에서 기다리는 수련생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더니 이내 꺄아~하는 환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웬일인가 싶어 내려다 보니 반달 눈웃음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도원 씨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박수세례 속에 환영받긴 처음입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고도원 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환영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난 2001년 8월 1일부터 이메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다.
아침마다 그의 편지를 기다리는 이들이 270만 명을 넘어섰으니 이날의 수련생들 중에도 그가 전하는 편지를 읽으며 하루의 잔잔한 위안을 찾는 그의 팬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밑 줄’
2011년 12월, 생활개선충청북도연합회 임원 연찬회가 충주시 ‘깊은 산속 옹달샘’ 아침편지 수련원에서 열렸다.
언급한 수련생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생활개선충복도연합회 전·현직 임원과 시군연합회장들. 인터넷과는 조금 거리가 먼 세대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고도원 씨의 아침편지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햇수로 벌써 11년째, 그가 보내는 아침편지에는 거창한 철학이나 훈계가 아닌, 편지처럼 편한 일상의 메시지들이 담겨져 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은 책 속의 한 구절에 자신의 단상을 보탠 것이다.
그가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에게는 시골 교회 목사였던 아버지가 물려주고 가신 엄청난 양의 책이 있었다.
“아버지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여력이 생기면 책을 구입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가면서 말이죠(웃음). 아버지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훈련시키듯 책 읽기를 시켰습니다.“
그는 지겹기도 했고 지나칠 정도로 책 읽기를 강요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렇게 엄하시던 아버지가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 저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당신이 남기고 가신 책들을 뒤적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밑줄 그어놓은 대목들을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으면서 아버지의 숨결과 뜻을 느끼게 됐다. 아버지의 혼은 그 밑줄 속에 스며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밑줄’을 읽으며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부끄러움을, 어떤 때는 전율을 느끼며 생각했다. “작은 책 구절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그는 2001 8월 1일부터, 아버지의 밑줄이 자신에게 그랬듯이, 책 속의 좋은 구절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메일을 통해 배달되는 고도원 아침편지의 탄생이다.
 


깊은 산속 옹달샘


‘깊은 산속 옹달샘’이라는 예쁜 이름의 아침편지 명상센터는 충북 충주시 노은면 문성리 숲속에 조성된 명상치유센터다. 착공기간 4년여를 거쳐 2010년 10월 9일 개장한 이곳은 명상다이어트, 걷기 명상, 비채(비우고 채우기)명상, 중년부부학교, 화려한 싱글학교, 꿈꾸는 부부학교, 어머니학교 등 다채로운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충주시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23만㎡ 면적에 명상 숲 오솔길, 황토로 내부를 만든 명상수련소·만남의 집 등 14개 동의 건물, 야외공연장, 텐트야영장 등을 갖췄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2025년까지 회원과 후원자들의 기금과 운영 수익금을 재투자해 190여만㎡(60만평)의 시설로 확충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려울 거라고요?  2003년 9월4일, ‘아침편지’에 명상센터를 짓겠다는 비전을 전했을 때 제 아내조차 황당해 했죠. 땅 한 평 없고 어떤 구체적 계획도 없을 때였죠. 하지만 오늘 이런 훌륭한 시설이 생겼잖아요? 꿈은 자꾸 꿈꾸고 말하고 스스로 믿어야 이루어지는 거랍니다.” 
그는 아침편지 명상센터를 “한 사람의 꿈이 만인의 꿈이 돼 현실이 된 기적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희망배달부
고도원 씨는 ‘잘 나가는’ 언론인이었다.
연세대학교 신학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월간 뿌리깊은 나무와 중앙일보 등에서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던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발탁된다.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연설비서관 생활 5년이었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워낙 꼼꼼하고 철저해서이기도 했지만, 매 연설마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중압감에 머리가 터지고 몸이 마비되는듯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는 눈 코 뜰 새 없었던 대변인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봤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아! 아버지 책의 밑줄들! 그 평안한 일상의 양식들!’
그는 그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인상 깊었던 책의 한 구절, 카툰의 한 컷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오늘 270만의 독자가 아침을 기다리는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된 것이다. 고도원 씨는 오늘도 명상센터에서 수련생들과 함께 한다.
가르치거나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것.
고도원 씨는 이제 우편배달부에서 명상전도사로 변신하는 것일까?
“아뇨 명상센터의 꿈은 꿈대로 가져가는 거고요. 저는 아침마다 희망을, 삶의 기쁨을 전하는 영원한 ‘아침편지 배달부’로 남아야죠.”
반달눈 웃음 속에 희망은 당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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