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태원 (청춘합창단의 ‘김 마에’로 재탄생한 독특한 아티스트)

 

“내가 부활이다”를 외치는 사람, 성서 속 예수의 말씀 같은 이 말을 외치는 이는 가수 김 태원이다. 그의 말은 “나 없이 ‘부활’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부활이 없으며 나도 없는 것”이라는 뜻이다.
김태원의 삶은 그가 속한 록 그룹의 이름 부활처럼-넘어졌다 일어서길 반복한 오뚜기 인생을 넘어선- 죽었다가 살아난 ‘부활’의 인생이다.
사실 김태원은 록 음악 매니아나 부활이라는 특정 그룹의 팬들 말고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었다. ‘마지막 콘서트’ ‘ 비와 당신의 이야기’ ‘사랑할수록’ 등 히트곡과 함께 300여 곡의 가요를 작곡하고 스테디 그룹 부활의 리더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그의 무명세(?)는 뜻밖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몇 년 전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고 부터 김태원이라는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더니 이제는 ‘국민할매‘라는 익살스런 애칭으로 초절정의 유명세를 타는 엔터테이너가 됐다.

남자의 자격으로 인생의 전환점
김태원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언급한대로 KBS TV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음악외골수로 살던 그가 ‘고집’을 꺾고 ‘외도’를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부활을 알리고 싶다는 열망하나”라고 김태원은 잘라 말한다.
집안이 어려워진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기타와 음악에 ‘미쳐’살았던 김태원이 부활이라는 록 그룹을 만들 것은 1985년이다. 현란한 실력의 연주자들과 김태원의 작곡실력, 그리고  놀라운 가창력을 가진 이승철 이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만난 부활은 ‘80년대 말을 풍미했다.
부활의 시대는 화려했다.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했고 백두산 등과 함께 신세대 록 그룹의 선두주자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 즈음, 멤버들의 음악적 성향에 대한 갈등으로 1988년 부활을 해체했고 다음해 이승철의 솔로 데뷔로 부활의 컴백은 더욱 요원해 보였다. 갈등과 방황의 세월 속에 김태원은 대마초 흡입 후 구속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긴 슬럼프에 빠져든다.
김태원이 방송을 통해 말했던 것처럼 "평탄한 삶이 없었다. 사실 2008년 자살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인간에 대한 회의가 사무치면서 극단적인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누구 앞에 나설 용기도 없었고 어떤 것도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술로 서서히 시들어가며 세월을 보내던 시절“이라고 회상하는 것처럼 이 시기에 그에게 닥친 수많은 역경-특히 부활의 침체-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는 “오로지 부활을 알리고 부활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며 “이후 2009년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며 이경규 선배와 멤버들을 만났고 내 인생의 잊을 수없는 사람들이 됐다”고 말한다.
“그때도 배에 복수가 차 있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지만 남자의 자격 팀 7명과 지내면서 40넘어 처음으로 인생의 ‘또 다른 재미’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청춘콘서트의 김 마에
김태원은 남자의 자격 방송활동을 통해 “음악은 삶을 표현하고 누리는 한 분야일 뿐인데 거기에만 묻혀있던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남자의 자격은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일’이라는 부제로 그 동안 금연에 도전하기·전투기 조정하기·합창단체험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
최근 화제가 된 ‘청춘합창단’은 52세 이상의 노년층을 공개오디션을 통해 멤버를 구성한 합창단이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부터, 병 투병 중인 가장, 꿀벌을 키우는 양봉인,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 참가했다는 은퇴한 교사, 의욕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부모님을 위해 자식들이 오디션을 신청했다는 전직 배우 등, 진한 삶의 무게와 체취가 느껴지는 멤버들로 구성됐다. 김태원은 여기서 지휘를 맡아 직접 작곡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라는 곡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그는 김 마에(지휘자를 뜻하는 ‘마에스트로’의 약어)로 불리며 다시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 냈다.
김태원은 “인생의 황혼기에서 쓸쓸해하시는 아버님, 어머님께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를 작시했다”며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담은 노래 한 자락이나마 선물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굴곡지고 어려웠던 삶의 족적과 그 안에서 다져진 깊은 성찰이 담겨있는 노랫말이 담겨져 있다.

삶이라는 지평선은 끝이 보이는 듯해도...가까이 가면 갈수록 끝이 없이 이어지고
저 바람에 실려가듯 또 계절이 흘러가고...눈사람 녹은 자리, 코스모스가 피었네
그리움이란...그리움이라는 이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중략)
또 다시 가려무나 가려무나...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었으니 세월아 가려무나...아름답게 다가오라, 지나온 시간처럼

합창단 멤버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개개인들의 삶을 투영한 듯한 ‘또 다시 가려무나 가려무나 ..모든 순간이 이유가 있으니’를 음미하며 황혼의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최근에 마친 청춘합창단 코너는 ‘남격합창단’의 발랄함과 실력, 넬라판타지아의 세련됨을 누르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김태원은 이것을 “잔잔함 속에 아주 깊은 울림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 시작한 남자의 자격 ‘시(詩)’ 편에서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한 시 ‘오즈’로 또 다시 심금을 울리고 있다.
깊은 굴곡과 비틀어진 인생을 보내고 중년의 아티스트가 된 김태원은 요즘 비로서 편안해 보인다.
그는 말한다. “나는 평생 동안, 혹시 이 음악을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공포로 작곡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한 줄의 작사와 멜로디를 만들어도 축복 속에 있다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이렇게 되는데 30년 가까이 걸렸다. 나는 세상에 감사한다.”
완숙해진 김태원이 우리 곁에서 더욱 풍성한 감성을 주는 아티스트로 무르익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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