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절기의 모양새는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어느새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이 시작됩니다. 각종 행사와 축제로 이어진 문화의 달이 지났습니다. 한국문화의 뿌리는 농촌입니다. 농촌문화는 예전과 다름없이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자못 궁금합니다. 문화의 달에 농촌문화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목소리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젠, 농촌은 문화소외지역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지방이든 지역이든 고장은 문화적 동질성이 토대가 됩니다.
문화의 감동은 이유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닙니다. 개인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인 문화의 감동은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문화는 옛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입니다. 인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통하여 문화를 꽃 피워 왔습니다. 이야기 는 창조의 원천입니다. 이야기가 있는 지역은 번영하고 이야기가 메마른 지역은 퇴보합니다. 가장 훌륭한 마케팅전략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전략입니다.
농촌이 갖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확인해서 이웃 고장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질 때 경쟁력을 갖습니다. 뚜렷한 차이를 가진 차별성이 요구됩니다.
차별성은 개성의 발현이기도 합니다. 개성은 바로 문화의 본질입니다. 삶의 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도시, 농촌 가릴 것 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급문화 등 수준급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유효수효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내 고장 농촌의 번영을 위해 문화 그 자체는 말할 것 없고, 경제재인 농축산물마저도 문화적으로 포장해야만 합니다. 농촌의 경제적 번영을 얻기 위함입니다.
한 지역의 문화적 수준은 그 지역사람들이 갖는 문화에 대한 관심입니다. 농촌지역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발길 닫는 곳마다 전설, 민담, 마을의 유래와 설화 등 이야기꺼리가 넘쳐납니다. 이야기는 문화산업을 이끌어 나가는 큰 자산입니다. 농촌은 도시지역보다도 이야기가 넘쳐나는 고장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입니다. 철학자 매킨타이어는 이야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놀라운 콘텐츠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과거에 우리가 무엇 무엇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느니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에 내세울 만한 우리 문화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문화라고 하면 먹고 사는 일상생활과 다른 특별한 어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합니다. 사람들의 문화적 감수성은 타고 나는 것도 있지만 자라면서 듣고 보면서 형성되는 것도 있습니다. 문화적인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문화가 중요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수준이 높아지지 않고는 경제성장은 더 이상 없다.’ 는 등 문화를 강조하고 문화를 찬양하는 목소리는 높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근접하려는 문화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나 설정은 좀체 찾기 어렵습니다. 더더욱 농촌문화는 계속 말만 늘어놓으면서 동어(同語)반복에 머물고 있습니다.
농촌문화는 꼭 농민들만의 정서라기보다 바로 한국인의 문화입니다. 우리문화의 뿌리가 닿는 곳이 농촌이요 농민이기에 그렇습니다. 농촌지역을 찾아가는 문화프로그램 서비스를 시행해 큰 호응을 얻기도 합니다.
농촌지역에 있는 도서관이 책 읽는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물론 농촌 소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서비스를 더욱더 확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농촌에서도 도시 못지않게 ‘문화의 감동과 사랑’이라는 귀한 가치를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게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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