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KOTRA) 사장 홍석우

취임 100일을 갓 넘긴 홍석우 코트라 사장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다.
180cm가 넘는 큰 키에 당당한 체구, 귀공자 풍 얼굴에 굵은 중저음 목소리는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카리스마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를 만나보거나 강의를 들어보면 의외로 유머와 스킨십이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 사장은 세계 76개국에 116개 대한민국 무역관을 관장하는 코트라의 수장으로 내년 6월 11일 공사 창설 5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무역 강국으로 도약한 원동력을 홍 사장은 우리국민 특유의 ‘절실한 열망’으로 분석한다. 홍 사장에게 듣는 열망론(論)이다.

운명(?)의 커피포트
홍 사장은 무역과 중소기업진흥관련 업무로 공직을 일관한 ‘수출’통이다.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 무역정책과 과장을 거쳐 부산, 2002년 부산·울산지방중소기업청 청장, 2008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정책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산자부 차관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무성했다.
본인은 물론이고 조직 내부에서도 그렇고 출입기자들 사이에 기정사실화 된 일이었다.
차관인사 발표 전, 며칠 동안 일어났던 일이다.
“차를 세워놨는데 누군가 와서 차 오른쪽 전체가 움푹할 정도로 박아놓은 거예요.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후배하나가 위로하더군요....‘새 차(차관 관용차)가 나온다는 징조인데 뭐가 걱정이냐고요”
아내가 설거지 하다가 접시를 깬 것도 불길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어느 리셉션 장에서 와인 잔을 앞에 놓고 있었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이 일어서다가 테이블보를 살짝 당긴 거예요. 그런데 그만 와인 잔이 넘어져 아주 ‘박살’이 났죠.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또 누군가 그러더군요. ‘지난 것은 깨고 새 잔을 받으라는 뜻’이라고요. 그럴 듯 했죠.” .....하지만 그의 이름은 차관승진 발표에 오르지 못했다.
사표를 제출하려는 그에게 부하직원 한 명이 만류했다. 코트라 사장 인선이 남았는데 결과를 지켜보고 하시라고. 그는 절실했다. 평생을 대한민국 무역발전에 매진한 홍 사장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사장 발표 당일. 홍 사장 부부는 커피를 끓여 마시려고 커피포트 전원을 켰다. 그런데 멀쩡하던 커피포트가 불이 들어오질 않았다. 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코드도 꽂혀 있고 고장 난 일도 없었다. 차관 발표 전 자동차 사고, 깨진 접시와 와인 잔이 머리를 스쳤다. 또 찜찜했다. 커피는 포기하고 차를 타고 나가는데 마음이 안절부절 했다. 그런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 커피포트에 불이 들어 왔어요.”
홍 사장은 잠시 후 그 차 속에서 코트라 사장에 취임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 열망하는 사람이 이긴다
홍 사장은 말한다. “비과학적으로 들리죠? 하지만 사람이 어떤 일을 정말 열망하면 알 수없는 우주적 에너지가 작용한다는 생각이듭니다. 우주에 내재된 모든 파동이 나를 돕는  것이죠. 열망 속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 노력, 그 분야에 쏟는 전문적 지식의 습득, 성실 이런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것이니까요.”
홍 사장은 개인의 비전성취 뿐 아니라 조직이나 국가의 중흥에도 이런 원리가 작용한다고 역설한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한데는 흔히 치열한 교육열을 듭니다. 부모들의 극성스런 교육열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바로 내 자식의 미래에 대한 열망이 들어있는 것이죠.”
홍 사장은 오늘날의 대한민국무역은 ‘잘 살아보자’는 국민개개인의 열망이 응축된 결과라고 강조한다.
내년 공사창립 50주년을 맞는 홍 사장은 그러나 향후 대한민국의 50년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서남아시아 국가와 동구권, 아프리카 일부국가들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무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은 기존의 기술에 더욱 정교한 IT 분야를 접목해 추격 그룹을 저 멀리 따돌리려고 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풍부한 자원에 이제 자녀교육과 소프트웨어에 신경 쓸 정도의  ‘밑천’은 마련해 놓았다.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는  우리는 그들보다 더 열망해야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성공에 반드시 운이 따라야한다고 믿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운 좋은 놈’이라는 자조적 말도 그래서 나온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것을 이런 인터뷰에서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실, 열정, 끈기, 전략, 창조적 마인드....이런  류(類)의 성공요인만 나열할 뿐이다.
홍 사장은 “열망하는 이에게 운도 따라온다.”고 잘라 말했다. 운이란 결국 열망하는 이를 도우려는 ‘우주적 에너지’라는 것이다.
“그걸 믿어야 해요. 그냥 믿는 겁니다.”
 
코트라의 도(道)·래(來)·미(美)
그는 코트라의 열망을 도(道)·래(來)·미(美)에 담았다.
“도래미 구호는 '중소기업이 코트라의 길(道)이다', ‘미래(未)경쟁력을 생각한다', '아름다운(美) 코트라를 만든다'는 뜻이죠. 사람(Man Power)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향후 50년은 강렬한 열정을 가진 중소기업인, 창업인 들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수출을 육성 지원하는 코트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홍 사장은 “코트라의 열망은 중소기업 수출 확대”라며 “자체적인 수출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의 수출을 돕는데 주력해 그들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살리는데 있다.”고 말했다.
판소리와 막걸리 전도사라는 별명처럼 그는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상품 수출 이전에 상대국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소통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문화통’이기도 하다.
그의 열망이 코트라의 역할완수라고 보면 대한민국은 그를 열열히 응원해야 할 것이다. 홍 사장의 열망이 우주적 에너지와 결합해 우리나라에 좋은 운(運)을 가져올 것인가? 그의 말대로 우리의 열망이 우리의 인생에 운을 가져다 줄 것인가.
비논리적이고 너무 나간 비약일까? ‘그냥’ 믿자. 고장 났던 커피포트에 불이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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