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열모 미국주재 대기자

동 열 모
미국주재 대기자

 

10월 9일은 565돌을 맞는 ‘한글날’이었다. 세종대왕께서 1446년 10월 9일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선포한 ‘한글’은 세계 여러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제정한 사람과 제정한 시기가 분명한 글자다. 한글은 세계 어떤 언어의 발음도 거의 그대로 낼 수 있어 국제 음성기호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연유에서 유네스코가 한글을 ‘세계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했고,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2007년에 한글을 국제 공개어로 채택하는 등 우리 한글에 대한 위상이 최근에 치솟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년에 한류가 지구촌에 확산되면서 한글에 대한 인기도 그만큼 높아가고 있다. 이에 따리 정부는 2016년까지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을  세계 곳곳에 200개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한글은 중국의 한자나 일본의 가나보다 컴퓨터에 입력하는 속도가 7배나 빨라 오늘의 정보화 시대에 그 효용성이 더욱 높아졌으며 특히 한글은 문자형태가 기하학적으로 아름다운 조형미를 갖추어 디자인이나 미술작품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훌륭한 한글을 제정한 세종대왕은 한글 이외에도 놀라운 업적을 많이 남겼다.
지난날 우리는 이 훌륭한 한글을 언문(諺文)이라고 천시하고 한문(漢文)은 진서(眞書)라고 중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한글은 거의 사장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한글이 구한말(舊韓末)에 이르러 서재필, 이승만 등 개화파 인사들이 독립신문과 매일신보(每日申報)를 한글로 발간하면서 한글의 가치가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리하여 일제의 암흑기에 일반대중이 문맹퇴치 운동의 일환으로 야학(夜學)을 개설하고 호롱불 밑에서 한글을 열심히 배웠고, 자력갱생(自力更生)운동이 전개될 때에도 한글이 널리 통용되었다. 그 결과 한글이 일상화 되었고 한글로 씌어진 문학작품들이 연이어 발간되기도 했다.
글자는 그 민족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며 글자 그 자체가 귀중한 문화영역을 차지한다. 따라서 글자를 소유하지 못한 민족은 결국 다른 민족에게 동화되어 소멸되고 만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 한민족은 지정학적으로 열강들에 둘러싸여 외침을 수없이 받기도 하고 심지어 식민지가 되기도 했으니 당연히 소멸되었을 것인데 소멸은 커녕 오히려 번영하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일까. 그것은 ‘한글’이라는 우리만의 글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 한글은 더욱 사랑스럽고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무릇 인류문화나 언어나 글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진화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우리 한글도 세계화 추세에 맞추어 부단히 보완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연구하는 기관이 ‘국립 국어원’이다. 차제에 ‘국립 국어원’에 몇 가지 건의할 사항이 있다. 첫째, 우리 말의 어원(語源), 특히 법률이나 학술 용어는 대부분 한자에서 왔다. 따라서 우리 말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한자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세계화 시대에 한글이 더욱 빛을 내기위해서는 현재의 한글로서는 불가능한 영어발음, 즉 F, V, TH, Z, L의 발음을 나타낼 글자를 창안할 것을 제의한다. 예를 들면 F는 ‘ㅍ’ 옆에, V는 ‘ㅂ’ 옆에 새로운 부호를 붙이는 것이다. 이러한 제의에 일부 골수 한글학자들이 한글의 순수성을 훼손한다며 반대할까 걱정된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며 새롭게 진화하는 것이 바로 ‘발전’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건의는 수용되기 바란다.
한글의 중요성은 해외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더욱 절실하다. 이들 동포들이 각기 살고 있는 나라에서 우수한 문화민족으로 대접 받으면서 공존하려면 우리 고유문화를 보존하면서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그 핵심적 역할을 바로 한글이 담당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동포들이 세계 곳곳에서 밀집해 살고 있는 지역에는 반드시 ‘한글학교’가 있다. 이들 ‘한글학교’는 한글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까지 그 나라에 알리는 훌륭한 전도사 역할을 한다.   한글날을 계기로 우리 한글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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