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심리코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분야의 권위자 중 하나다. 그는 대학전공서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심리학 한 분야를 관통하며 강연과 강의 저술활동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인성(人性) 분석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는 말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러면서 남에 대해서는 말씀들 참 많이 하시죠?....보람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부터 잘 알아야 합니다”
지난 9월 14일 농림수산식품부 연수원에서 있었던 황 교수의 강의를 통해 그를 만나본다.
황 교수의 외모와 강의 톤만 봐서는 그가 하버드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인텔리겐챠라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친근하고 구수했단 얘기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왜?
“당신은 왜 태어났죠? 왜 사는 거죠?”
분분한 대답들이 나온다. “뭔지 모르지만 어떤 심오한 뜻에 의해” “하나님의 뜻으로” 익살스런 대답도 나온다. “아버지 어머니의 ‘실수’에 의해”
사실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는 잘 모른다. 따라서 왜 사는지도 잘 모른다.
왜 태어났건, 왜 살건 분명한건 우리는 태어났으므로 ‘살아가야’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과거 우리가 달달 외웠던 ‘국민교육헌장’을 언급했다.“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후략)”
“당시의 민족중흥은 사실 식량자급이었죠. 굶지 않고 적어도 애들 학교는 가르치고, 좀 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그때 비해서 정말 괄목상대한 발전을 이루어냈고 G-8에 진입하는 세계사적 기적을 이뤄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역사적 사명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매 34분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세계 최저출산율에 아이들은 학업에 짓눌리고, 암 발병율도 세계 상위랭커....
황 교수는 말한다. “우리나라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왜 그럴까?
황 교수는 “우리는 서로 삶이 힘들다고 하소연만하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성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로 충동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호소하는 걸로 위안을 삼으려하고 있습니다”라며 “이는 사회인식불능증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림1>

내가 보는 남, 남이 보는 나
황 교수는 한국 사회에 있는 우리 대부분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회인식 불능증'에 걸렸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어떻게 다른지, 다르게 보는 사람들의 심리가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림 하나를 제시했다. (그림1; 비트겐슈타인의 애매도형)
이 그림을 보고 약 80%가 토끼를, 20%가 오리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사물이나 상황을 인식한다. 어떤 이는 토끼라 하고 다른 이들은 오리라 한다.
“오리나 토끼로 인식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식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상대를 이상하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인식을 대놓고 내놓지 못하는 ‘소극적’ 행동을 하게되죠.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요.”
이는 다른 사람에게 배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관점을 이해해서 ‘자기 눈의 토끼’를 ‘오리’라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배제를 두려워해서 ‘오리’라 인정하는 ‘척’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인은 기를 쓰고 남의 평가에 매달리죠. 체면, 허례허식, 척하기 등이 그래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런 남을 한편으론 경멸하죠. 진정한 자신에 대한 성찰 없이 남의 기준에, 남의 평가에 ‘목숨 거는’ 한국인의 독특한 심리구조는 나를 깨닫는데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토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은 다 옳다.
“따라서 나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남을 이해하고 남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돼야죠.”

먼저 나를 공부하자
황 교수는 청강생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댔다. 학창시절 “오늘 며칠이지? 그래? 그럼 몇 번 나와서 문제 풀어봐 ”라고 말하는 수학선생님처럼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금방 청강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변했다. 황 교수 특유의 강의 노하우임에 틀림없다.
“자~ 선생님은 어떤 성격이십니까?”
“글쎄요 외형적이기도 하지만 내성적인 부분도 있죠” “내 마음 나도 잘 몰라요”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잘은 모르지만 그런 평가도 받습니다.”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조직 속에서 나름대로 평가는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남에 대해서는 날카롭고 냉정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평가합니다. 저 사람은 대단해, 저 사람은 형편없어, 그자는 인간 말종이야.... 그런데 왜 나 자신에 대해서는 이렇게 얼버무리죠?“
남에 대한 평가는 즉각적이고 ‘용감하면서’ 나에 대한 평가는 소극적이고 잘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는 ‘타인의 시선’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자기지자신에 대한 심리분석과 자신의 성격좌표에 대한 우리들의 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아쉬워한다.
그는 “사람의 일생이란 결국 본인의 삶의 궤적이고 그 삶을 윤택하게 하려면 자신에 대한 분석이 가장 우선인데 그게 잘 안 된다“며 ”심리학을 인문학 중 하나의 흥밋거리로 여기는 것은 큰 오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황 교수는 전문가들의 저서, 강의, 인터넷특강 등을 통해 심리학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황 교수가 펴낸 ‘한국인의 심리코드’가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렇게 자아(自我)에 대한 목마름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황 교수는 ‘내 눈의 토끼’는 토끼라고 분명히 말하는 자신감과 자아를 먼저 갖추되 남의 눈의 오리도 마음속으로부터 진정으로 ‘이해’할 줄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건강한 사회가 되고 보람 있고 즐거운 일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기심리와 성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함께 자기(황 교수)와 같은 전문가의 저술, 강연 등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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