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기 농촌생활발전중앙회 부회장

이 한 기
농촌생활발전중앙회 부회장

 

요즘 기업을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몇 해 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와 최근의 유럽발 재정위기 사태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적인 경영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인재경영’이다.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최고 인재기업’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다. 이 회사는 뉴욕의 작은 어음거래 회사에서 출발해 142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세계최대규모의 투자은행으로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인재 중심 경영’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인재경영’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에 대한 복지와 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11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여러나라의 유수한 대학, 기업, 정부, 국제기구 등 인재 육성의 4대 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인재 육성에 관한 세계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포럼(Global HR Forum)’이 계획되고 있다.

‘사람’이 경영의 핵심
‘인재경영’이란 곧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자본과 기술보다도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인재경영’의 대상을 농업·농촌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경우 우수한 인재를 선택할 수 있는 기업과 달리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집단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농촌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우리의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지키는 주체가 되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애로사항과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해 그들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인구·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우리의 농업·농촌은 과거 청장년 남자들 중심에서 고령화·여성화 돼가고 있으며 최근에 들어서는 결혼이주 여성이나 외국 근로자들, 그리고 도시로부터의 귀농·귀촌 인구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국민 평균적인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들을 농업·농촌을 위한 훌륭한 인적자원으로 보호하고 육성하는 일이다. 청장년들은 국제 경제력을 갖춘 인재로 육성하며, 여성과 노인들은 확대되는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도·교육하고, 다문화가족이나 외국근로자, 귀농·귀촌인구 등 외부로부터 새로이 유입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농촌지역 인적자원으로서의 자리 매김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농업·농촌이 희망과 비전이 있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며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복잡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농촌의 인구 및 사회구조에 부응해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연구와 지도·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농촌사회·사람에 투자를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중심적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농촌진흥청의 경우 몇 해 전에 이루어진 조직개편 시 농업연구기능은 강화시켰으나 농촌연구기능은 소멸되다시피 됐다. 이제 농촌진흥청이 농업진흥만이 아닌 농촌진흥을 위해서는 농촌사람과 농촌사회에 대한 연구 기능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대내외적 환경의 악화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우리의 농업·농촌을 위해서는 농업기술개발과 농업경쟁력 향상뿐만 아니라 농업·농촌을 지키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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