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

막걸리는 쌀가공 속성주로 영양 듬뿍담긴 건강주
옛것 되살리기와 한류붐으로 막걸리 인기 되찾아

막걸리는 주머니가 얄팍한 서민들이 한 턱내기 쉬운 술이다. 풋고추에 생된장 안주로만도 입맛이 돋는 서민주이며, 대중주이다. 노동자에게 힘을 돋구어주는 노동주이며, 농민에게는 허기를 달래며 허리를 펴주는 농주로 사랑을 받는다.
가난한 시인들에게는 막걸리를 마시며 시상(詩想)을 가다듬게 되는 감흥주(感興酒)가 된다. 이에 막걸리는 우리국민 모두의 애환을 달래는 국민주이다.
최근 막걸리가 시든 인기에서 잠을 깨 국민의 취흥(醉興)을 돋구면서 세계인의 총애를 받고 있다. 10여년 넘게 전국을 누비며 우리술 맛보기와 역사를 더듬어 온 국내유일의 술평론가 허시명(51) 씨가 막걸리학교장이 되었다. 막걸리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는 허 교장을 만나 막걸리 얘기를 들었다.

허 교장은 “막거리는 밥을 1주내지 10일 정도 발효숙성시키는 속성주입니다 속성으로 빚여 영양손실을 최대 억제 영양분이 듬뿍 담긴 건강주로서 국민모두가 즐기는 쌀가공 기호음료이기에 사랑을 받는 것이지요.”라며 막걸리 자랑부터 했다.
허 교장은 이어서 “막걸리는 88년올림픽 개최이전까지만 해도 국민 중 농민이 대다수여서 농주로서의 든든한 기반으로 술시장 점유 80%이상의 인기를 몰던 국민주였지요.”라며 막걸리의 자랑스럽던 과거의 위상을 짚어주었다. “그러던것이 70년대 전후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통키타를 치며 맥주를 마시는 서구문물에 젖어들면서 농민들도 배달커피를 마시고 맥주를 선호하면서 막걸리의 인기가 밀려나고 말았습니다.”고 말했다. 허 교장은 막걸리의 인기는 앞선 언급과 같이 농촌문화가 쇠퇴되는 바람에 추락된 것이라 진단했다. 이어 허 교장은 잠자던 막걸리의 인기가 깨어난 이유는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난 뒤 우리의 문화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되살아 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즉 그간 미루어 놨던 옛것 되살리기와 한류(韓流)붐을 타면서 막걸리의 인기가 되살아 났다는 것.
허 교장은 농촌여성에 대해 막걸리와 관련된 이런 메시지를 전해줬다.
“막걸리는 저도주(低度酒)이며 건강주이고 특히 농민이 즐기는 쌀가공의 기호주이므로 농주의 특성이랄까 정신을 받들어 집에서 농촌여성들이 가양주로 손수 빚어내는 애착심을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농촌여성들의 막걸리 애호를 당부했다.
허 교장은 되살아난 막걸리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문화의 옷을 입혀줘야 하는데 이는 지금의 세대가 헤쳐나갈 의무라고 주장한다.
특히 귀촌희망자가 막걸리에 대한 깊은 인식과 애착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귀촌하여 농촌 공동체에 쉽게 편입하기 위해서는 이웃과 부담없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인 막걸리 회식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귀농자는 마치 농기구를 쓰듯 이웃과의 막걸리 마시기를 귀중한 소통의 편리한 도구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걸리는 누구와도 부담없이 고추에 된장 찍어 쉽게 마실 수 있으니 막걸리모임을 잘 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허 교장은 막걸리는 일본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금년 7월 통계에 따르면 막걸리 수출량 27,390톤인데 이중 일본이 최대인 92.6%라는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막걸리 수출액은 3326만7천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물량으로는 137%, 금액으로는 3배가 신장되었다고 한다.
허 교장은 이같은 지구촌 막걸리붐은 한국의 케이-팝(K-POP)붐의 조성에 따른 한국문화의 관심이 고조되는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일본에는 특화된 막걸리주점이 수없이 많고, 영국의 대영박물관앞에도 막걸리주점이 개설 운영되는 상황이라고.
2009년 개교된 막걸리 학교 수강생 중 막걸리주점 운영을 목표로 뉴욕, 도쿄, 벤쿠버, 베를린 등지의 교포들이 수강하고 있어 지구촌의 막걸리주점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막걸리붐이 일자 거대 청주메카인 월계관(月桂冠) 주조회사가 직접 막걸리를 양조 판매중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소주회사인 진로가 막걸리 양조장인 설악양조를 인수하며 막걸리 양조 판매에 뛰어드는 등 보해, 무학, 금복주 등이 막걸리제조에 합류했다고 했다. 그는 거대 주조회사들이 막걸리제조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일본 등 해외관광객 대상 막걸리의 세계적 명품화를 촉진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 진화를 주도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 교장의 막걸리학교는 2009년 10월14일 개교했다.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막걸리문화의 진면목을 되짚어 보면서 앞으로의 발전책을 모색하기 위해 개교했다고 했다. 막걸리를 사랑하는 사람을 모아 막걸리사랑의 인적 네트워크를 조성, 막걸리 애호의 새 문화를 일으키기 위한 뜻도 있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주1회 총 10주간 수업을 하는데, 수업시간은 오후 7시~9시. 9시 수업을 마친 다음 40명의 수강생이 막걸리를 마시며 막걸리의 진화와 막걸리 음주문화의 격상을 위한 진지한 담론을 벌인다고 한다. 술빚기, 칵테일만들기, 양조장 견학체험도 갖는다.
학급당 40명의 수강생을 모아 개교이후 2년차 10기의 400명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강경쟁이 치열하며 40석 채우는데 첫 개강때는 이틀이 걸리던 것이, 다음엔 7분으로, 최근에는 2분50초만에 마감되고 있다고 한다.
교수, 농민, 파티플래너, 바르스타, 방송작가, 농민 심지어 막걸리 양조장 주인과 장인 등 수강에 응하는 사람들의 직업·나이도 다양하다고 한다.
허 교장은 막걸리 학교의 수료자와 함께 새 트렌드의 막걸리문화의 창출과 고급화를 이룩해 나가는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허시명은...
여행작가이자 술 평론가.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중앙대학교대학원에서 민속학을 전공했다 ‘샘이깊은물’기자를 거쳐, 문화부 전통가양주실태조사사업 책임연구원, 국세청 주류품질인증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허시명의 주당천리’, ‘풍경이 있는 우리술 기행’, 등이 있다. 현재 명지대 산업대학원, 순천향대 대학원, 배화여대, 서울대학교 최고농업정책과정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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