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오늘은 ‘일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명절입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단 한번 끼니 걱정을 안 해도 좋으리만큼 풍성한 때가 바로 중추가절입니다. 피땀으로 가꾼 곡식이 영글고 갖가지 과실이 풍성하며 인심 또한 후한 하루입니다.   한가위만큼 모두가 마음이 풍성한 날이면 좋겠습니다. 한가위의 한은 ‘크다’이고, 가위는 ‘가운데’라는 뜻으로 음력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을 일컫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마다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전 국민의 80%이상이 대도시를 빠져나와 고향 농촌을 찾았습니다. 고향 길은 밤에 가도 돌에 채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정감이 가는 언어입니다. 고향 가는 길은 열차표가 매진되고 고속도로를 비롯한 온 나라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보였습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을 억제할 수 없습니다. 언제고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마음이 급해 일찍 달려온 식구들은 열나흗 날 저녁 밝은 달을 보면서 가족들이 모여 대표적인 절식인 송편을 빚으며 막혔던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은근히 솜씨경쟁까지 하며 만들었습니다. 예쁘게 만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며 저마다 빚으며 떠들썩한 밤을 보냈습니다. 반달 같은 떡 속에 수확의 결실을 듬뿍 담습니다.
객지에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고향에 모여, 송편을 빚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족 모두가 그지없이 흐뭇했습니다. 추석 아침, 추석빔을 입고 햅쌀로 빚은 송편과 여러 가지 햇과일, 토란국 등을 장만해 조상에게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에 나섭니다.
교통체증을 겪으며 달려 온 고향입니다. 일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뒤로 한 채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포근한 위안을 얻는 시간을 가집니다. 고향은 사람 사는 것 같은 넉넉한 인심이 있어 좋습니다. 이웃과 가족끼리 나눠먹는 살가움이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꽤나 부풀게 하던 추석이지만 한가위 풍경이 예전과는 다릅니다. 지금은 변했습니다. 가족구성원들의 가치관마저 빠르게 변했습니다. 함께 모였지만 실직하거나 아직도 일자리를 갖지 못해 고통을 받는 가족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 가족입니다.
추석에는 지역마다 소싸움, 길쌈, 강강술래, 줄다리기, 농악놀이, 달맞이 등 다양한 놀이가 펼쳐집니다. 여러 가지 전래 민속놀이로 온 집안과 동네가 떠들썩합니다. 풍년을 축하하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며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최대 명절입니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이 변질되거나 잊혀지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멋도 운치도 없어졌습니다. 인터넷과 게임에 빠진 젊은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전래놀이 보다 화투놀이에 더 빠지는 듯해서 서글픕니다.
추석은 젊은이와 아이들이 가족 전체를 상봉하며 가풍을 익히는 좋은 계기입니다. 가족간에 솜털같이 포근한 정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가족은 서로를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가족은 조용히 지켜봄으로써 지혜를 나누어 갖습니다. 가족은 사랑을 가장 오랫동안 주고받는 사람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농촌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노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져 70대 이상 비율이 가장 많을 정도입니다. 50대 후반이 청년층 대접을 받고 있는 게 농촌현실입니다.
중추절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농경문화의 유산입니다. 농촌의 전통적인 놀이문화가 이어져 이웃과 가족이 일체감을 갖게 해야 됩니다.
한 나라나 한 민족의 문화를 알려면 먼저 세시풍속 습관을 보라고 했습니다. 추석은 ‘곡식을 잘 여물게 해 줘 감사하다’는 뜻으로 조상들께 차례를 지내기 위한 명절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가족공동체의 따뜻한 정과 뿌리를 확인하는 의미가 큽니다. 튼튼한 뿌리, 힘찬 줄기, 풍성한 잎과 같은 고향과 가족이 없다면 삶이 너무 허망할 것입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미풍양속이 세세연년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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