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병리현상진단 ‘국민의사’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사진제공:월간 숲>

품격이 있는 국가성장과 국민모두 긍정의 품격 갖춰야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차이는 국민의 품격으로 좌우
고결한 품격의 국민이 많아야 조직과 사회와 나라 진화

정신과 전문의(專門醫) 이시형박사는 각종 사회현상을 사회정신의학적으로 진단하여 그 대안을 제시하는 ‘국민의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이 압축성장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괴력으로 불거진 사회병리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해 치료대안으로 ‘품격 격상’을 제시하는 ‘품격’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에서 국가적으로는 국격(國格), 국민적으로는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제의하고 있다.
이 박사는 지난 봄 이란을 다녀온 얘기를 했다.
“지난 봄에 이란에 갔었습니다. 거기서 팔리는 우리의 가전제품의 80%가 삼성 또는 LG것인데 너무 비쌌습니다. 왜 이리 비싸냐고 물었더니 점원이 저를 아래위로 훑어 보며 “It is made Korea”라며 한국제품이기에 비싸다고 했습니다. 순간 전 온몸이 감전된 듯 전율을 느꼈지요.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녁엔 이란사람들이 드라마 ‘주몽’을 넋을 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시청률 85%. 채널이 24개나 있는 나라에서 한국의 드라마를 본다니 놀랐습니다.
일본의 나고야에서 주부대상의 강연때의 얘기입니다. 강연이 끝난 뒤 피부에 대한 질문이 많았어요. 자기네는 한국여성의 피부가 고와서 한국의 화장품을 쓴다는 겁니다. ‘그래요’하고 좌중을 둘러보니 1/3이 한국화장품을 쓴다고 했습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여성들이 한국화장품을 쓴다니 놀라운 일이 아닙니까? 한국에 온 중국관광객도 한국화장품을 사간다고 하더군요. 미국에서 현대차 판매율이 1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더군요. 참으로 고맙고 놀라운 일입니다.”
이 박사는 우리가 이렇게 대단한 나라에 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정경유착 비리와 부패, 계속되는 거친 데모 등 부정적인 모습만을 보며 후진적이며 비관적인 우울증과 패배감에 빠져 긍정의 동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 박사는 ‘품격이 있는 국가성장’과 국민모두 희망을 꿈꾸는 ‘긍정의 품격’을 갖춰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는 이어서 이런 얘기를 했다.
“9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얼마나 대단했나요? 세계가 놀랬습니다. 정말로 성공적으로 잘 치뤄냈습니다. 국민모두가 우쭐했지요. 자긍심과 함께 한단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린 지금도 스스로 후진국이라는 뿌리깊은 열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부국은 커녕 아직도 누가 도와줄 사람이 없는지 은근히 기대합니다. 국민의식 이래서야 언제나 2위국가 2등국민에 머물수 밖에 없습니다. 나라의 품격이 말이 아닙니다.”
이박사는 이상과 같은 국민적인 자긍심을 일으킨 감동을 계속 이어가야 나라의 발전과 국격의 위상이 높아진다고 했다. 여기서 이박사로부터 왜 나라의 국격과 국민의 품격을 논의해야 되는지를 알아보았다.
“고맙게도 우리는 짧은 기간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지요. 개발도상국에서 보는 시각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선진국에서는 꼭 그렇게 보지 않지요. 선진국에서 우리를 문화적 성숙이 안되어 있다고 보지요. 돈이 있다고 거들먹거리거나 하는 졸부, 도대체 품격이 없다고 보지요. 우린 너무 과격하고 저돌적이지요, 시끄러운 나라, 무질서·짝퉁이 판치는 나라,   정경유착, 부정부패, 정의가 실종되고 도덕이 무너진 나라라고 보는 시각을 갖고 있지요.”
이박사는 나라의 국격은 무엇과도 쉽게 바꿀 수 없는 품격있는 문화의 상징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영국의 문필가 토마스 칼라일은 엄청난 국토와 자원을 가진 인도를 통째로 준다해도 세익스피어와는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이박사는 능력있는 인재보다 품격이 있는 인재가 있는 나라가 국격이 높다고 했다.
안중근 의사는 우리만 존경하는 영웅이 아니다. 그가 갇혀있던 감방의 간수 심지어 재판을 담당한 판사까지 안중근의사의 당당한 모습, 고고한 뜻에 감복해 일본에 돌아가 안중근 사당을 지어 대대로 선생의 높은 뜻을 새겨 이어오고 있다.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 군대를 무찌른 영국의 웰링톤장군, 그의 품격이 얼마나 고고했던지 포르투갈, 스페인의 적장이었던 그에게 재산을 맡겼다고 한다.
‘이것이 품격이 주는 힘이다.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힘이다’라고 했다.
이박사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차이는 국민소득이 아니라 국민의 품격이라고 했다.
“얼마전 대지진을 겪은 일본, 그 참혹한 현장에서도 일본인은 침착한 모습을 보였어요. 몇시간 동안 기다려서 물건을 사면서도 새치기를 하지도 않았어요. 심지어는 장례식장에서 옆의 딴 유족들에게 누가 될까봐 소리죽여 눈물을 삼켰어요. 이런 일은 국민이 배려와 절제에 익숙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보지요.”
우리에게 악랄한 식민정책을 폈던 일본인들이 생사가 걸린 혼란앞에서 이렇게 질서정연, 침착한 품격을 보이기에 선진으로 앞서 간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서 “약간의 여유로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곤 다음 얘기를 했다.
“1992년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사건이 미국LA에서 일어났었어요. 한국교포상점 약탈방화사건은 끔찍한 사건이었지요. 왜 한국인 상점만 당했을까요? 그 옆에 중국, 일본상점도 있는데 왜 우리만 피해를 입었을까요?”그는 때마침 LA에 머물고 있어서 원인조사팀을 따라다녔다고 했다. 그는 조사를 하면서 원인을 알았다고 한다.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풀이했다.
“한인교포들은 빈민촌에 슈퍼마켓을 열어 번 돈으로 벤츠를 타고 백인동네에 살지요. 땡볕에서 땀을 흘리며 길거리농구를 하는 이웃 아이들에 콜라 한병 주지 않았어요. 유행이 지난 창고에 쌓인 신발 한켤레도 준 적이 없었어요. 거기가 내 삶의 터전인데 이웃에게 너무 인색했어요. 그 난리통에 평소 인정을 베풀었던 한인 상점은 아이들이 ‘이 집은 우리 친구야!’하며 안전하게 지켜주었지요.”
그는 여유있을 때 베푸는 배려가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귀결해주었다.
그는 요즘 사회가 격차사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진단하며 격차완화는 이상의 배려가 명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품격이 있는 사람은 멀리 앞을 보는 여유가 있다 눈앞에 작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신념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일렀다. 이런 품격의 소유자가 많아야 조직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잔머리 굴릴 것도, 눈치볼 것도 없이 꾸준히 가기만 하면 되는 세상, 그게 품격이다.
그리고 그 결실은 언젠가 돌아온다는 확신으로 살아야 한다며 품격격상을 갖춰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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