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영국의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82)이 주창한 진화론(進化論)의 핵심은 적자(適者)생존이다.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만이 살아남고 발전해 간다는 얘기다. 좀더 학술적으로 말하면 개체의 진화를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은 ‘자연선택’이라는 것이 다윈의 가설이다. 중생대의 쥐라기·백악기에 번성했던 공룡들이 70~80만년 전의 빙하시대에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도 바로 자연선택에 적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두 동·식물이 서로에게 특별한 해를 주지 않고도 살아가는 방식을 찾게 되었는데, 바로 공생(共生)이다.
진딧물은 식물의 수액을 먹고 당분이 들어 있는 ‘감로(甘露)’라고 하는 달콤한 분비물을 항문으로 배설하는데, 개미들이 바로 이 감로를 얻어먹기 위해 진딧물을 천적인 무당벌레로부터 보호해 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악어와 악어새의 경우에도 악어새는 악어의 이빨 사이에 낀 먹이 찌꺼기를 쪼아먹는 것인데도 악어로서는 입안 청소를 하게 되는 꼴이어서 역시 서로 돕는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다. 물소와해오라기나 왜가리 역시 그렇다. 해오라기와 왜가리는 물소의 등에 올라타 물소 등짝에 기생하는 진드기 등의 기생충이나 여러 해충들을 잡아먹는데, 물소는 피부청소를 하니 좋고 해오라기와 왜가리는 먹이를 구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바닷속 물고기인 흰동가리는 촉수에 맹독을 가진 말미잘 속에 숨어지내면서 천적으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킨다. 대신 흰동가리는 말미잘에게 자신이 먹다 남은 찌꺼기나 더큰 물고기를 유인해 낚아채게 하니 역시 상생의 생존방식이다. 그외에 벌과 꽃, 꽃과 나비, 꽃과 벌새 등도 꽃에서 꿀을 얻고 대신 가루받이를 해주는 공생관계다.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6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생발전’이라는 국가균형발전 모델을 제시했다.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번영’으로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생발전’을 제시했다.
현 정부 들어서 ‘부자·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대기업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지만, 다들 “에이, 말을 들을까…”하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대통령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 재벌기업의 수천억 출연 재단설립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무튼 임기말의 뒤늦은 깨달음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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