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오 경 자
21세기여성정치연합 부회장


사람의 한 평생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다. 이제 거의 1세기가 가까운 수명을 누리는 장수시대에  접어들었으니 그 시간 관리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할 시점에 서있다. 
우리는 그동안 살기가 어렵다 보니 어려서부터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가?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가? 하는 문제를 생각할 때 그 전제조건이 내가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가, 내게 무슨 일이 맞을까, 어떤 일을 내가 제일 잘할 수 있을까,하는 것들 보다는 무엇을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무슨 일을 해야 취직이 잘 되고 세칭 출세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고 또 맞는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평균 연령이 40, 50세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공부하고 준비해서 혼인하고 자식 낳고 그들을 길러 교육 시키고  짝 까지 찾아 새 가정을 탄생시키자면 남는 세월이 없었다.  오직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으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우선 일자리를 잘 잡을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가 인생 성공 실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일자리라는 것의 기준이 모두 돈이면 되었고 먹고 살기 힘들기에 내가 그 일에 맞는지 취미가 있는지 하는 것들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때는 그랬다. 국민 소득 100달러 시대의 이런 사고의 틀에서 이제 우리 자신을 풀어내야 한다. 1만 달러를 넘고 2만 달러, 3만 달러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21세기 초입의 대한민국의 새싹들은 사고의 출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이미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어른들이 부모라는 권위로 그들의 신선한 생각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돈과 명예가 삶의 지상목표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2학기가 되면 진학 준비를 서두르며 준비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우리 어른들은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의 선택에 맡겨 보는 새 시대의 지혜를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한들 노력만 하면 밥을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밥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누구와 먹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이 살아 갈 세월 동안 그들이 돈을 얼마를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 하도록 맡겨두고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이미 우리의 몫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성패는 우리 선택에 달려있다. 누가 그들의 손을 빨리 놓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때 가장 능률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터득한 정답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머리는 아직도 그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서 아이들의 앞길을 결정하는 일에 해묵은 낡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정신 차릴 수 없이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내면서 우리는 이미 진로를 결정할 때 보검처럼 쓰였던 취직이 잘 될 것이라는 기준의 예측이 얼마나 소용없이 빗나가는 것인지를 잘 경험해 왔다. 내 아이의 진로를 결정할 때의 기준은 이제 모두의 잣대가 아니라 그 아이의 적성이라고 하는 유일한 잣대가 사용되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다만 실천의 용기가 아직 부족한 것 뿐이다. 이제 우리 어른들은 마음을 비우고 손을 놓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 보기만 하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진로 결정에 있어 여성이니까 어떤 일이 더 잘 맞을 것이라는 성별차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지 오래임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도 정보도 그들이 우리 어른들 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자신에게 맞고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며 살아야 1세기의 긴 여행을 잘 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거의 곱절 가까운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그들에게는 장거리 선수의 법칙이 적용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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